항공우주학자 첸쉐썬 박사
마오쩌둥이 “중국건설 이바지” 당부했던 원로 과학자
중국 미사일과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항공우주학자 첸쉐썬(사진) 박사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8.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그의 별세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고, 1일 베이징에 내린 폭설 속에서도 첸 박사의 자택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는 등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난 첸 박사는 상하이 자오퉁대와 칭화대를 거쳐 1930년대에 미국에 유학했다. 1939년 28살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항공우주 및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2차대전 당시엔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의 미사일 주임으로 재직하며 미군을 위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미국의 군사과학분야 발전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50년대에 미국에 매카시 선풍이 몰아치면서 공산주의자로 몰려 체포됐고, 5년 동안 가택연금돼 있다가 55년 중미 비밀협상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56년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과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그를 찾아가 손을 붙잡고 “미국에서 당신은 과학자 5명을 합친 것보다 더 훌륭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연구에 매진해 중국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이후 중국 국방부의 전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우주, 무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중국의 미사일 개발과 항공학 연구를 주도해 70년대 중국의 첫 핵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지구위성 발사 등 성과를 올렸고 2003년 유인우주선 선저우5호 발사의 토대도 닦았다.
지난해 1월 춘제(설)를 앞두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건국 60돌을 앞둔 지난 8월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첸 박사의 자택을 찾아 존경과 감사를 전할 정도로 현 지도부 역시 그를 원로 과학자로 각별히 대했다. 그의 장례식도 공산당 중앙위원회 차원에서 거행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첸융젠(미국이름 로저 첸)은 첸쉐썬의 5촌 조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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