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강제철거에 저항하던 탕푸전이 분신하는 모습.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이 화면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강제철거에 대한 분노의 여론이 커졌다.
강제철거 막으려 분신…지방정부는 가족들 구속시켜
인터넷에 분노 여론 들끓자 중앙정부 ‘철거법 개정’ 검토
인터넷에 분노 여론 들끓자 중앙정부 ‘철거법 개정’ 검토
“당신들 물러나라, 함께 앉아서 협상을 하자. 안그러면 나는 분신할 것이다”
지난달 13일 새벽 쓰촨성 청두시 진뉴구의 한 3층 건물 옥상. 한 중년 여성이 포크레인과 망치 등으로 건물을 부수는 철거반원들을 향해 애타는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이미 휘발유가 흠뻑 묻어 있었다. 아래쪽에서는 이 여성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강제철거를 막으려 애썼지만, 경찰과 소방대원들의 지원까지 받으며 중무장한 철거반원들에게 구타당했다. 아수라장 속에서 10여분이 흐른 뒤 옥상 위 여성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 여성, 탕푸전(47)은 온몸이 불에 탄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날 그의 건물은 모두 강제철거돼 폐허로 변했다. 16일 뒤인 지난달 29일 그는 화상으로 숨졌다.
사건 뒤 청두시 지방정부는 탕과 가족들이 폭력적 방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그의 죽음을 ‘폭력적 저항’ 탓으로 돌렸다. 또 ‘도시주택철거관리조례’에 의거해 적법하게 강제철거를 집행했다고 강조하며, 탕의 친지·가족 7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시는 탕의 분신에 대한 보도도 통제했지만 당시 강제철거 현장과 분신 장면 등을 휴대전화로 찍은 화면은 인터넷 등을 통해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인터넷은 탕의 비극을 애도하고 정부의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성토하는 분노의 여론으로 들끓었다. 파장이 커지자 최근에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등 관영언론들도 이 사건을 보도했다.
탕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했던 건물은 1996년 그의 남편이 지방정부와 합의 하에 지역 경기부양을 위해 지었던 의류창고 건물인데, 정부는 탕의 가족에게 재산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탕의 가족은 이 건물을 짓는데 700만위안 이상을 썼지만, 지방 정부는 오수처리공장 건설을 위해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하면서 고작 117만위안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탕의 비극적 죽음은 지방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손잡고 개발을 명목으로 강제철거를 밀어붙이는 중국의 현실을 바꾸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법규심사실 관리들은 8일 <남방도시보>에 국무원 법제반과 건설부, 국토자원부, 농업부 등 관련 기관들이 이미 ‘도시주택철거관리조례’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대학 법대교수 5명은 7일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에 ‘도시주택철거관리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해 국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에 참여한 선쿠이 베이징대 교수는 <차이나데일리>에 “탕푸전의 죽음을 계기로 도시화와 개발의 대가와 그로 인한 불공정에 대해 재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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