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앙골라 등 세계 곳곳에 작년 인력 수출 74만명
베트남에 공장 짓고 중 노동자 고용 ‘반중감정’ 고조
베트남에 공장 짓고 중 노동자 고용 ‘반중감정’ 고조
베트남 북쪽 송꼬이강 삼각주에 위치한 항구 도시 하이퐁. 1874년 프랑스가 항만을 건설하면서 급속히 발전한 이곳에 중국과 일본의 기업은 2005년부터 ‘하이펑 화력발전소’를 짓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 시민들은 외국인 투자를 환호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환호성은 분노로 변했다. 발전소 건설 노동자들의 다수는 중국인들이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최고 1500명에 이르렀지만, 베트남 노동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저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전 세계를 뒤덮은 중국이 이번엔 저가 인력시장까지 마구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 자본이 베트남, 인도 등 중국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시장에 진출할 때조차 현지 노동력을 쓰지 않고, 중국 노동력을 데려다 쓰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중국은 점차 값싼 노동력 수출로 유명해지고 있다”며 “네덜란드의 화훼단지에서부터 몽골의 목축, 심지어 중동에서 신문배달까지 중국인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 바람을 타고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싣고 이동하는 중국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9년 1~10월 중국의 해외 인프라 건설 투자 규모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33% 늘어난 580억달러에 이른다. 2008년 말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인 노동자는 약 74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프리카 남서부의 앙골라에서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까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중국 인력 수출업체만도 500여곳에 이른다. 베트남 2위의 신문사인 <뚜오이째>는 베트남에 체류하는 중국인 노동자가 3만5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노동력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베트남은 세계 곳곳에 50만명의 인력을 수출하고 있다.
밀려드는 중국인들에 위협감을 느낀 베트남과 인도 정부는 급기야 중국 노동자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반중 정서가 커지자, 지난 6월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 182명을 불법 체류 딱지를 붙여 추방했다. 인도도 최근 중국 노동자의 입국 비자를 까다롭게 심사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선 원래 비숙련 노동자의 입국이 어렵지만, 중국 업체들이 베트남 관료들에게 뇌물을 써가면서 이를 피해가고 있다고 한다. 중국국제계약협회는 중국 노동력이 더 싸진 않지만, 현지 노동자보다 숙련도가 높고 부리기 쉽다는 이점 때문에 중국 노동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자들과 현지인들간 긴장과 마찰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베트남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베트남인과 주먹다짐을 한 뒤, 분풀이를 하겠다며 200명의 동료 중국 노동자를 데려와 소동을 빚은 사건은 베트남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런 사건들로 베트남 내 반중 정서마저 확산되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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