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흔들’
‘미-대만 무기거래’ 대응 분석
미·중 ‘관계 악화설’ 힘 얻어
‘미-대만 무기거래’ 대응 분석
미·중 ‘관계 악화설’ 힘 얻어
“중국은 11일 육상기지에서 첫 중거리 미사일 요격실험을 실시해 기대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 정부가 11일 심야에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한 미사일 요격실험 성공 소식이 미중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올 조짐이다. 중국은 이 실험이 “방어적 목적이며,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맞선 ‘무력시위’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지난 6일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어트(PAC)-3를 비롯한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가 2008년 대만에 64억달러 어치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것을 이번에 승인한 것이다. 이후 일주일 동안 중국 정부는 8차례 이상 강력한 어조로 미국을 비난하면서 강경대응을 예고해 왔다.
중국은 이번 요격실험에 앞서 미국과 대만에 아무런 예고나 통지를 하지 않았다. 모린 셔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아무런 사전통지를 받지 않았으며 관측 시스템을 통해 중국이 다른 지점에서 2기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대기권 밖에서 충돌한 것을 감지했다”면서 “중국 쪽에 이번 실험의 목적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어트-3를 대만에 수출해 중국이 대만해협에 배치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추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대만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실험에 대해 중국은 미국에 못지않은 미사일 요격 기술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공군지휘학원 왕밍즈 수석교관은 12일 <환구시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비해 중국의 요격시스템이 고도가 훨씬 높고 요격능력도 훨씬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새해 들어 확산되고 있는 ‘미중 관계 악화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국관계에는 암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4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날 예정인데 중국 외교부는 벌써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핵 문제와 진보진영 탄압에 대해 이란 정부를 비판하며 이란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타이어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잇단 반덤핑 관세 부과를 둘러싼 보호무역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진찬룽 부원장은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면서 보호무역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올해 중미 무역마찰은 심해지겠지만, 양국 관계가 붕괴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순방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중국과의 관계가 힘겨운 시기에 들어설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성숙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견이 있더라도 궤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