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란 ‘해킹 전쟁’
중 최대 검색사이트 중단…이란 사이트도 공격받아
중국과 이란 사이에 ‘사이버 전쟁’이 벌어졌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사이트 바이두(baidu.com)가 ‘이란 사이버군대’를 자칭한 세력의 해킹 공격을 받아 12일 여러 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에 분노한 중국 해커들이 이란 사이트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나섰다.
12일 오전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은 바이두 메인 화면에는 “‘이란 사이버군대’의 해킹을 받았다”라는 문구와 이란 국기(왼쪽 사진) 등이 떴다. 페르시아어로 “미국의 이란 내정 간섭에 대항한 경고”라는 글도 올랐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장샤오시 바이두 대변인은 “미국에 있는 도메인네임서버(DNS)가 불법적 공격을 받아 다른 사이트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사이버군대는 지난달 이란 진보진영의 의사소통 통로로 주목받은 트위터를 공격했던 해커들과 같은 이름이다.
분노한 중국 해커들은 12일부터 최소 8곳의 이란 웹사이트를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한 이란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해 마비시킨 뒤 중국 국기와 영어로 “우리는 중국 해커들이다.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등이 쓰인 화면(오른쪽)을 올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들은 추가 해킹 공격을 우려해 이란으로부터의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이란 제재 강화 움직임에도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버 전쟁은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중국 일부 매체는 바이두가 중국-미국 경제합작의 상징이어서 공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평론가 판훙은 경제전문지 <경리세계>에 “바이두 창립자인 리옌훙은 미국 그린카드 소지자이고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며 “바이두 주식의 51% 이상을 미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란 사이버군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주중 이란대사관 관계자도 13일 <환구시보>에 이번 사건은 “중국-이란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서방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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