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치료비가 농민공 1년 수입 맞먹어…의료현실 비판 거세
지난달 9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도로변 배수구에서 세살난 남자아기의 주검이 발견됐다.
이불에 쌓인 채 버려진 주검으로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된 아기는 광시성 구이강의 시골마을 출신인 가난한 농민공 부부의 아들 저우홍두였다.
저우홍두는 11월말 신종플루와 기관지 폐렴, 희귀 혈액질환 등의 진단을 받고 광저우 시내 병원 두곳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그의 부모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12월6일 아이를 퇴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열흘 남짓 치료비는 1만9000위안이 넘었고, 이는 농민공의 1년 수입과 맞먹었다.
버려진 주검 사진과 사연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중국의 의료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들끓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극단적인 시장중심 의료개혁이 계속된 결과 의사들이 돈만 중시하게 되고 생명 존중 윤리를 잃어 생긴 비극이라는 분노였다.
버려질 당시 아이가 아직 살아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주검 옆에서 진료기록이 함께 발견됐으며, “부모는 아이를 발견한 행인이 치료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살아있는 아이를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고 <양청만보>는 전했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는 이미 숨을 거둔 아들의 주검을 버렸으며, 죽은 아이를 황무지에 버리는 게 마을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부를 조사한 뒤 이들을 석방한 상태다.
중국 보건부는 광저우시 보건국에 정확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6일 광저우시 보건·공안 당국은 “아이를 치료한 두 병원은 적절한 진료를 했으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광저우일보>는 보도했다. “병원이 더 많은 인간애를 발휘해 아이를 계속 치료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이의 죽음에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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