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 북부 산간지역 농민 10여만명이 국가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을과 숲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작전명은 ‘로켓 잔해를 수거하라’.
이들이 찾아내야 하는 것은 치명적인 유독성 화학물질인 UDMH(비대칭 디메팅 하이드라진)에 오염된 채 이 지역 곳곳에 흩어진 창청-3호 로켓의 잔해들이다. 지난 17일 쓰촨성 시창우주센터에서 중국의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 구축을 위한 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실어나른 창청 3호의 1단계 로켓은 발사 7분 뒤 구이저우성 지우창촌 근처에 떨어졌다. 당국은 위성 발사 전부터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로켓 낙하지점을 예측하게 한 뒤 수색 작업을 명령했다.
창청 로켓에 실린 170여t의 연료중 절반이 UDMH다. 연료의 상당 부분은 발사 단계에서 연소되지만, 남은 연료는 추락한 잔해와 함께 떨어져 토양을 오염시킨다. 비린내가 풍기는 노란색 액체인 UDMH가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지만, 농민들은 맨 손으로 하나도 남김 없이 잔해를 수거해야 하는 의무를 맡았다.
이 지역 지방정부 관리인 천 아무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로켓 잔해의 상당 부분이 깊은 숲속에 떨어졌고 기계장치로는 찾을 수 없어 농민들이 일일이 숲을 뒤지며 손으로 잔해를 찾아야 한다”며 “농민들은 수고비로 1인당 수백위안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UDMH는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폭발과 중독 위험이 높기 때문에, 미국은 1980년대초, 러시아는 1990년대말 사용을 금지했다.
칭화대 장펑이 교수는 수년전 우주개발 관련 부서에 UDMH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며, “UDMH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로 분해시키기 어렵고,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비가 오면 잔해에 남아있던 물질들이 토양과 물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구이저우 농민들의 로켓 잔해 수색은 중국의 야심찬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감춰진 이면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이 지역 수민 200만명 이상이 50여차례에 걸쳐 시창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로켓 잔해를 찾는 수색작업에 동원됐다고 <구이저우일보>는 전했다.
중국도 시창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로켓 파편이 인구밀집지역으로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2014년 하이난성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시창 센터의 기능 상당 부분을 이전할 예정이다. UDMH 대신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로켓도 개발중이다.
그러나, 중국이 달착륙과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위성과 로켓을 잇따라 발사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둔 상황에서, 구이저우 농민들은 앞으로도 몇년 동안 위험한 로켓 잔해 수색작업에 계속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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