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목표치 초과…긴축조처 우려한 전세계 증시 급락
세계가 경제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2009년, 중국은 8.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목표치인 8%를 훨씬 뛰어넘는 성장률이 나오자, 중국 정부가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 조처와 출구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마젠탕 국가통계국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2009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33조5353억위안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8.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1분기 6.2%, 2분기 7.9%, 3분기 9.1% 성장에 이어 4분기에는 10.7%의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과시했다. 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09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에 비해 0.7% 하락했지만, 12월에는 1.9% 오름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2월에 1.7% 상승해 2009년 들어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세계 시장 침체로 중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었지만, 고정자산 투자와 소매 판매가 크게 증가해 경제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자산 투자는 22조4846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0.1%나 증가했으며, 이중 도시고정자산 투자가 19조4139억위안으로 30.5% 늘었다. 소매 판매는 12조5343억위안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5.5% 상승했다. 무역 규모는 전년에 비해 13.9% 하락했지만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1월 9.8%, 12월 32.7%의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중국이 과도한 성장 속에서 나타난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조처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세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경제지표 발표 전부터 중국 긴축조처에 대한 우려로 20일 중국과 유럽, 미국 등 세계 주요 증시는 1~3% 급락했다.
출구전략의 강력한 신호가 될 기준금리 인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싱쯔창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이코노미스트는 “전월 대비 성장률이 매우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올 1분기 안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3~4월께부터 위안화도 점진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방송>은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22일 기준금리가 0.27%포인트 인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인민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실질금리가 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3월중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12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상해 16%로 조정했으며, 21일에도 인민은행은 3개월물 국채 입찰 금리를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올린 1.4088%로 인상했다. <중국증권보>는 20일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일부 은행들에 1월 말까지 대출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하는 등 긴축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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