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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거품론 비웃는 ‘부동산 불패’

등록 2010-01-25 13:54수정 2010-01-25 15:11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서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가 짓고 있는 500여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1㎡당 4만2000위안의 고가 아파트지만 20여채를 남기고 모두 팔려나간 상태다.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서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SOHO)가 짓고 있는 500여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1㎡당 4만2000위안의 고가 아파트지만 20여채를 남기고 모두 팔려나간 상태다.
지난달 베이징 집값 13% 상승 …고급아파트 불티
정부 억제정책에도 “경제 기여도 커 타격 못줄 것”




“베이징 부동산 가격은 절대로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베이징 시내 차오양공원 인근의 고급 아파트 쭝뤼취안바이진의 모델하우스를 소개하던 부동산개발회사 직원 허우환은 자신만만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는 조치를 내놓고 있는 데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전국의 부자들이 다 베이징에 집을 사두려 하는데 시 중심에는 더이상 지을 땅이 없으니 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대리석과 카페트, 고급 가구로 장식된 5성급 호텔 구조인 이 아파트는 1㎡당 4만1000~4만3000위안(약720만원)으로 방 3칸인 250㎡대는 1100만위안(약 18억4000만원)이 넘는다. 허우환은 “광고도 거의 안했는데 1일 판매를 시작한 뒤 220채 가운데 이미 60채 넘게 팔렸다”며 “월말에 홍콩에 가서 홍보행사를 하면 판매가 거의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고속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이 전세계를 위기로 끌어들일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거품론을 비웃으며 욱일승천하고 있다. 2009년 1~11월 중국 전국 상품방(일반 판매용 주택) 거래 면적과 금액은 각각 7.5억㎡와 3.6조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와 86.8% 상승했다. 지난달에도 전국 7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8% 급등했고, 특히 베이징의 상승률은 13.2%를 기록했다.

세계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두바이의 몰락을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의 서곡으로 보고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두바이의 1000배”라고 경고한다. 천문학적 규모였던 1990년대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가 중국에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의 왕스 회장도 지난달 “부동산 급등이 주요 도시를 넘어 지방 도시까지 확산된다면, 중국은 일본식 부동산 거품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달부터 잇따라 부동산 급등 억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주택 양도세 면제 기한을 주택구입 뒤 2년에서 5년으로 늘렸고, 지난 11일에는 대출 억제, 주택 및 토지공급확대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당국의 과열 억제 신호에 전혀 기죽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주축인 부동산에 큰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구조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왕징의 한 부동산중개사의 진 아무개 부장은 최근 1㎡당 2만2000위안씩 400만위안에 아파트 거래를 성사시켰다. 12월말 1㎡ 2만위안이던 아파트가 3주만에 또 올랐다. 그는 “정부에서 세금 조사 등 여러 정책을 내놓을 거라고 하지만, 지방정부와 은행, 부동산 개발상의 이익이 다 얽혀 있어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경제 기적의 한축이었던 수출이 2009년 16% 감소하는 동안 부동산은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산업이 됐고, 여기에 타격을 가하면 중국 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처지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부장은 “지난해 부동산 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15%를 차지했고 철강 등 60여개 연관산업까지 합하면 기여도가 가장 컸다. 새로 풀린 유동성 약 10조위안중 40%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갔다”며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근본적 타격을 주지 않는 ‘달래기’식 정책들밖에 내놓을 수 없어 부동산 거품은 당장 터지지 않고 불안한 채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유럽·일본 등과는 다른 중국의 구조를 보면, 서구식 잣대로는 거품 붕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샤오디 하버드대 부동산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남방주말> 기고에서 중국 부동산 산업을 “시장이 아니라 도박장”에 비유하면서도 모기지에 의존해 집을 구입했던 미국·유럽과 달리 중국은 은행 대출에만 의지해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중국 정부가 국영은행들을 통제해 부동산 대출 문제를 통제할 수 있어 당분간은 거품이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화율이 아직 45%에 불과한 중국에서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되는 것도, 부동산 시장이 포화상태에서 거품이 붕괴한 미국·일본과의 구조적 차이다.

거품 붕괴가 유예되는 동안 장기적으로는 사회적으로는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소수의 도시 부유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유지되면서, 집값을 쫓아갈 수 없는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과 분노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현재 부동산 가격으로는 중국 도시 인구의 최상층 20%만 집을 살 수 있다는 통계를 내놨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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