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영웅묘=황금알’ 인식…“유비 세번 죽냐” 비판도
중국 내 <삼국지> 영웅들의 무덤을 둘러싼 진위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조조묘 진위 논란에 이어 이번엔 유비묘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불거졌다. 중국 내 3개 지역이 서로 자기네 것이 진짜 ‘유비묘’라며 진흙탕 싸움에 나선 것이다. 유명한 역사 인물의 무덤이 막대한 관광 수입과 지역개발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가 이 싸움의 동력이다.
쓰촨성 서부 메이산시 펑산현 롄화바의 주민 10여명은 지난 주말 현내에 있는 ‘롄화바황묘’가 <삼국지>의 촉을 세운 유비(161~223)의 무덤이라며, 조속한 발굴을 촉구하는 서한을 국가문물관리국 등에 제출했다. 조상 대대로 이 고분이 ‘유비묘’라는 전설이 내려왔고 마을 주민의 80%가 유씨라는 점이 근거다.
펑산현 주민들이 나서자, 청두와 충칭 펑제현도 유비묘 소유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촉의 수도였던 쓰촨성 청두의 무후사 당국은 <삼국지>에 “유비는 장무 원년 8월 혜릉에 매장됐다”는 확실한 문헌 기록이 있어 더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제갈량 사당인 무후사 내에 있는 혜릉은 가장 유력한 유비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충칭시 펑제현 당국은 유비가 숨진 백제성이 현재의 펑제라는 점을 들어 이곳의 대형 삼국시대 무덤이 유비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지 학자들은 <충칭만보> 등 언론을 통해 “당시 유비는 한여름에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고 당시의 열악한 교통여건 등을 고려하면 유비가 숨진 백제성인 펑제에 묻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1961년 당시 권위 있는 역사학자였던 궈모뤄가 직접 이곳 무덤을 돌아보고 유비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는 것도 증거로 제시됐다.
중국 전문가들과 언론은 경제적 이익을 노린 지방 정부의 영웅묘 발굴붐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27일 ‘오늘의 관찰’이란 프로그램에서 “조조묘에 이어 유비묘까지 발굴하자고 하니 다음에는 손권묘가 나올 것”이라며 “각 지방 정부가 상업적 가치만 고려해 100명이 넘는 <삼국지> 속 영웅들을 들고 나와 각지의 고분들을 파헤칠까 걱정된다”는 논평을 내보냈다. 인터넷에는 “유비가 세번 죽었다는 논증을 해보면 어떠냐”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낙후된 중국 시골 마을들에 <삼국지>의 영웅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12월 조조묘를 발굴했다고 발표한 허난성 안양현 시가오쉐촌은 이 고분 발굴을 위해 정부로부터 이미 600만위안의 보조금을 받았고, 인근 고속도로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도 새로 건설할 수 있었다. 조조 무덤의 매해 입장료 수입도 최소 4억20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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