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한 여성이 잠옷차림으로 외출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이런 습관을 없애자는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광저우일보> 누리집
‘거리가 침실이냐’ ‘잠옷도 패션이다’
상하이시 곳곳에 “잠옷 차림으로 나다니지 않아야 엑스포의 문명인”이라는 표어가 나붙었다. 5월1일 개막하는 상하이 엑스포가 다가오면서 상하이시가 공공장소에서는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지 말자는 공공 에티켓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에 가까운 푸동신구 지역 주민위원회 간부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이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지 않도록 설득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상하이시 양슝 부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잠옷바람으로 거리에 나서는 현상이 많이 개선됐으며, 선전교육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이런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광저우일보>는 전했다. 상하이시는 시민들이 잠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엑스포를 보러온 외국인들의 눈앞에서 상하이의 체면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우려한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시가 남성들이 웃통을 벗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습관을 없애는 캠페인을 벌였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대낮에 잠옷 차림으로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시장과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하이의 ‘전통’이다. 1930년대 서양문물이 유행하던 상하이에서 부유층과 무희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1980년대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됐다. 상하이시사회과학원의 2006년 조사에서 시민의 16.5%가 “자주 잠옷을 입고 외출한다”, 25%는 “때때로 잠옷을 입고 외출한다”고 답했다. 상하이사회과학원 사회학자 장제하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비좁은 주거환경에서 사는 상하이인들이 굳이 옷을 갈아입고 나갈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실용적 이유에서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상하이시가 잠옷문화 추방운동을 벌이는 데 대해 상하이인들 사이에선 찬반 양론이 치열하다. 일부 주민들은 공공장소에서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습관은 위생상 좋지 않고 민망하다며 시 정부의 캠페인을 지지한다. 그러나 상하이의 전통과 옷을 자유롭게 입을 권리를 지키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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