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시 “일 군국주의 죄상 보여줘” 신청안 마련
2차대전 당시 일본 관동군의 악명높은 세균전 부대였던 731부대의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말 개최된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양회(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731부대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자는 제안이 공식 제기됐으며, 하얼빈시와 헤이룽장성은 중앙 정부에 이를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고 <하얼빈일보>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하얼빈시 정협 역사위원회와 사회과학원 등은 하얼빈시 양회에 공동 제출한 제안서를 통해 “731 유적지가 일본군국주의의 죄상을 보여주고, 역사를 반성하게 하며, 미래에 경고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중국인 외에도 많은 항일 인물들이 이곳에서 고통을 당했으며, 중화민족만이 아닌 세계에 속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에 영향을 미친 특수한 역사 사건’과 관련된 세계문화유산 등록신청 규정 6조에 따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므로 “731부대 유적지도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하얼빈시는 이 제안을 수용해 전담조직을 구성해 731부대에 대한 연구와 유적지 보호 계획, 사료 수집 등을 거쳐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안을 마련했으며 곧 중앙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얼빈 남쪽 교외에 있는 731부대 유적지는 1932~1945년 일본 관동군이 세균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을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로 부르며 비인간적 생체 실험을 자행한 세균전 부대가 있던 곳이다. 지금까지 조선인 6명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1467명이 731부대의 세균 실험으로 희생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으나 실제로는 최소 3천명이 생체실험으로 숨졌으며 세균전 피해자가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은 추정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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