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가서-일기문묵선록
공산 혁명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인민의 1호 공적’으로 비난받던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저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출판됐다. 중국 국민당혁명위원회중앙위원회 산하 단결출판사는 최근 장제스 전 총통이 직접 쓴 편지와 일기 등을 모은 <장제스가서-일기문묵선록>을 출판했다고 <중국신문사> 등이 9일 보도했다. 장 전 총통의 저서가 중국 대륙에서 출간된 것은 1949년 공산당이 중국을 통치하게 된 뒤 61년 만에 처음이다. 이 책에는 장 전 총통과 가족 간에 오간 서신과 장 전 총통의 일기,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회고, 시와 산문 등이 5개 장으로 나뉘어 실렸다. 중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장 전 총통의 기록들도 담겨 있다. 1943년 2차대전 동안 미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치지도자들과 협상을 하면서 장 전 총통과 주고 받은 편지, ‘서안사건’(1936년 12월12일 공산군 토벌을 위하여 시안에 주둔 중이던 군벌 장쉐량이 장제스를 감금하고 공산당과의 내전을 중단, 항일을 요구한 사건, 제2차 국공합작으로 이어짐),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노구교 사건’ 등 역사적 전환점마다 장 전 총통이 썼던 일기 등이 눈길을 끈다. 정치, 군사활동에 관한 내용 외에 장제스 전 총통의 가정사, 친구들과의 왕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등에 지면을 많이 할애해 중국 역사의 최대 격변기 속에 있던 장 전 총통의 심리와 개성, 인격을 보여준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에서 장제스의 저서가 출판된 것은 중국-대만 양안관계 화해의 또하나의 상징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에선 장 전 총통과 관련된 서적은 금서로 지정돼 엄격하게 통제돼 왔다. 2008년 5월 국민당의 마잉주 주석이 대만 총통에 당선되고 양안 화해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최근 장 전 총통의 전기나 연구서 등이 중국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6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당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건국대업>도 장 전 총통을 역사의 격랑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으로 묘사해 중국과 화해에 나선 대만 국민당을 배려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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