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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구글 비둘기’ 떠난 중국, 인터넷 통제 ‘고삐’

등록 2010-04-01 15:15수정 2010-04-01 16:10

철수 관련 풍자기사 삭제 명령…게재 경위도 조사
토론금지등 보도지침 내려…한때 홍콩사이트 안열려
“‘북미가 원산지이지만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구거’(비둘기, 구글의 중국어 이름과 발음이 같음)라는 새가 중국에서도 잠시 머물렀지만 3월23일 중국을 떠나 남쪽 항구도시(홍콩)로 옮겨가 더 이상 중국에서는 찾을 수 없게 됐다”

구글이 중국에서 검색 분야를 철수한 뒤인 지난 27일 충칭에서 발행되는 유력 신문 <충칭만보>에 실린 ‘인터넷 신비동물 구글 이동기’라는 글이다. 이 글은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구거가 남쪽으로 날아간 것은 최근 중국에서 빈발했던 환경과 생태 기후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세계의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중국이 멸시를 받게 됐다”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했다. 또 구거의 천적은 허셰(게의 일종·후진타오 정부의 통치이념인 조화와 발음이 같으며 인터넷 통제라는 은어로 쓰임)라고 비꼬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와 구글과의 갈등을 실랄하게 풍자한 이 글은 중국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글을 퍼나르고 덧글을 올리며,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불만을 표출했다. 관영 언론인 <충칭만보>가 어떻게 이런 글을 실을 수 있었는지에 놀라워 하면서 “정의의 사도”로 평가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31일 현재 중국 인터넷에선 이 기사는 물론 관련 댓글까지 모두 삭제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인터넷에서 이 기사를 삭제하도록 명령했고 기사가 게재된 경위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구글 철수 이후 훨씬 삼엄해진 중국 당국의 인터넷과 언론 통제를 상징한다.

지난 23일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구글이 중국에서 검색 분야를 철수하고 홍콩 구글 사이트로 자동 연결시키는 조치를 취한 뒤, <충칭만보>의 폭로성 풍자기사를 제외하면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구글을 비판하는 글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와 국무원 신문판공실 등은 구글 사태를 정부의 지시대로만 보도하라는 엄격한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블로거들에 폭로한 보도지침을 보면, ‘중앙 중점 매체의 뉴스를 받아쓰는 외의 내용은 쓰지 말 것’, ‘구글 관련 특집을 만들지 말고 토론도 진행하지 말 것’,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말고 전문가 토론은 사전 허가를 받을 것’ ‘구글을 성원하거나 헌화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정부의 인터넷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정리할 것’ 등 내용이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중앙선전부는 또 구글의 중국 철수 직전인 지난 21일 민감한 18개 분야의 취재와 보도를 자제하라는 명령을 주요 언론사에 내렸다고 일본 <아사히신문>과 홍콩 <신보> 등이 보도했다. 위안화 절상과 관료부패, 고액 의료비와 식품안전 문제,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의 소요사태, 빈부격차, 부동산 폭등과 주택난, 대학생 취업난 등의 이슈는 모두 보도 제한 대상이다.


30일 중국에선 홍콩에서 서비스되는 구글의 중국어판 검색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구글은 “오늘 구글 홍콩 사이트(Google.com.hk)에 일어난 일은 (중국 정부의 검열 시스템인) 그레이트 파이어월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인터넷 성명을 발표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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