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또…‘묻지마 폭행’
유치원·초등학교서 흉기 휘둘러…30~40대 남성들 ‘좌절형 범죄’
중국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중년 남성들의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들에 떨고 있다. 30일 산둥성 웨이팡시에서 농부 왕융라이가 초등학교 부속 유치원에 난입해 망치를 휘둘러 어린이 5명을 다치게 한 뒤,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어 분신 자살했다. 그는 두명의 어린이를 붙잡은 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으나 교사들이 이 어린이들은 구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29일 오전 장쑤성 타이싱시 타이싱진의 한 고급 유치원엔 쉬위위안(47)이란 남성이 난입해 무차별로 칼을 휘둘러 4~5살 어린이 29명과 교사 2명, 경비원 1명 등 32명이 다쳤고, 이 중 어린이 5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범인은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1년 해고된 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다단계 판매 등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하루 전에는 광둥성 레이저우시의 초등학교에 근처 초등학교 교사였다가 3년 전부터 병으로 쉬고 있는 천캉빙(33)이 난입해 흉기로 학생 16명과 교사 1명을 찌른 사건이 일어났다. 이밖에도 지난 12일 광시성 시전에서 40살 남성이 초등학교 근처에서 이 학교 2학년생을 찔러 살해했고, 지난달 23일엔 푸젠성 난핑에서 보건소 의사로 있다 실직한 정민성(41)이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던 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당국은 지난 20일 정민성에 사형 판결을 내린 뒤 28일 총살형에 처했다. 중국 정부는 학교안전강화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치안 강화로 학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에는 극심한 빈부 격차 등 중국의 사회적 문제와 낙오된 이들의 깊은 불만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샤쉐롼 베이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많은 사회 성원들 사이에 패배감과 박탈감, 분노와 공격성이 확산되고 있는 게 사건의 원인”이라며 “해법은 실업자 등 사회 구성원들의 패배감을 줄이고, 사회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아이 중국정법대학 교수는 “범인들은 분노와 불만을 발산함으로써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고 말한다. 범인들은 불합리한 사회 때문에 낙오자가 됐다고 느끼면서도,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힘없는 어린이들에 대한 칼부림으로 복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상하이/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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