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농민, 고문에 거짓자백
무죄 석방돼 11억원 받아
친척들 “배는 더 받아야”
무죄 석방돼 11억원 받아
친척들 “배는 더 받아야”
살인범으로 몰려 11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면 얼마의 보상금을 받아야 할까?
중국 허난성 상추시의 농민 자오쭤하이(58)의 비극은 1998년 이웃 자오전상이 행방불명되면서 시작됐다. 공안 당국은 자오쭤하이가 자오전상과 같은 여인을 좋아해 다툰 적이 있고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근처 우물에서 목과 다리가 없는 주검이 발견되자 경찰들은 자오쭤하이를 범인으로 몰아 고문해 살인범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자오쭤하이는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11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죽었던’ 자오전상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오쭤하이는 9일 무죄로 석방됐지만, 그동안 부인은 그와 이혼한 뒤 재혼했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버렸다.
14일 자오쭤하이는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배상금으로 정부로부터 65만위안(약 1억800만원)을 받았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정부가 주겠다는 액수에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친지들은 이 돈으로는 고통스러웠던 11년을 보상받을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150만위안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오쭤하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가혹한 고문,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수사, 피의자 진술은 외면한 채 공안과 검찰의 주장만 따르는 법원 등 중국 사법체계의 문제들이 이 사건으로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사법제도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오 사건에서도 경찰은 발견된 주검에 대한 디엔에이(DNA) 검사 등 과학적 조사도 하지 않고, 고문에 의한 자백만으로 유죄로 몰았다. 자오는 기자들에게 고문으로 인한 상처를 보여주면서, 경찰관 5명이 교대로 머리를 곤봉 등으로 때리고, 이상한 약을 강제로 마시게 했으며, 자백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사건 조작에 가담했던 경찰 2명을 체포하고 도피한 1명의 검거에 나섰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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