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아니면 나서지마> 프로그램 장면. <인민일보> 사이트 캡쳐
무명 모델 벼락스타 만든 ‘짝짓기 프로그램’ 우후죽순
남성출연자들 너도나도 재력 과시…중국정부 골머리
남성출연자들 너도나도 재력 과시…중국정부 골머리
“BMW 차에 앉아 울지언정, 자전거 타고 웃지는 않겠다”
무명 모델 출신인 마눠(22)라는 젊은 여성은 얼마 전 공개 구혼 프로그램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에 출연해 ‘부자와 불행한 연애를 하더라도, 가난한 연인과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연애의 기준’을 밝혀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돈만 숭배하는 여자’라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그는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됐다.
중국 젊은 세대의 연애, 결혼, 부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나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올들어 중국을 휩쓸고 있다. 장쑤위성텔레비전의 <진심이 아니면 나서지 마>를 선두주자로 후난위성텔레비전의 <우리 데이트해요>, 저장위성텔레비전의 <사랑을 향해 돌진>, 동방위성텔레비전의 <100명중 한명을 고른다>, 안후이위성텔레비전의 <인연은 너> 등 10여개 프로그램이 황금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다. 마눠 같은 출연자들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시청률이 치솟자, 광고료가 최고 수준으로 올랐는데도 몇달씩 기다려야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다.
형식은 젊고 예쁜 여성 출연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남성 출연자들이 외모, 재능, 경제적 조건을 뽐내는 형식이다. 쓰촨성 출신의 한 남성 출연자는 “우리 집에는 페라리 두대가 있고, 람보르기니 두대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고 했고, <사랑을 향해 돌진>의 한 남성 출연자는 집에 5억위안의 재산이 있다고 과시했다. <사랑을 위해 돌진>을 제작하는 저우둥메이 부주임은 중국 언론에 “집에 1억위안이 넘는 재산이 있다고 밝힌 남성 출연자들에게 여성 출연자들의 관심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빈부격차가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준인 중국 사회에서 ‘부자 2세대’들의 세태와 배금주의를 적나라하게 뽐내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중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9일 국가광전총국은 “결혼을 명분으로 참가자에게 모욕을 주거나 배금주의 등 건전하지 않은 연애관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통지까지 내려 ‘정풍운동’에 착수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2일 ‘방송사들이 이익을 얻으려고 저속한 짝짓기 프로그램을 남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런 프로그램들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출연 남녀들이 큰소리로 배금주의와 향락 풍조를 떠들고,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무명 모델 출신인 마눠. 사이트 캡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