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미 군사보고서는 긴장조성용”

“해킹 주장 터무니 없다” 관영 언론들도 집중 반박

미국 국방부가 내놓은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겅옌성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미-중의 군사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과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16일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력 평가’ 연례보고서는 중국이 군사적 영향력을 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인민해방군이 기업과 연구소, 컴퓨터 해킹 등을 통해 민감한 정보, 기술을 수집하고 있다는 대목을 집중 비판했다.<신화통신>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사이버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중국은 인터넷 공간에서 미국으로부터 점점 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6월 밝힌 미국의 사이버사령부 설립 방안을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가 매년 특정국가에 대해 군사력 보고를 내놓는 대상은 현재 중국밖에 없으며, 이는 냉전시기 옛 소련에게나 해줬던 ‘대우’라면서, “미국이 이를 통해 매년 중국위협론에 실탄을 공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보고서를 통해 긴장을 강조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북한 급변 사태나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시 중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대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중국의 해외 자원 접근과 운송 기회를 가시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나 한반도의 혼란으로 역내 안보 역학이 바뀔 경우 중국이 군사적 전개나 배치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혼란의 수준에 따라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북-중 국경지대 가까이 이동시키거나 북한 지역 내에 진주시킬 수도 있는 상황을 암시했다. 미국은 비공개로 북한 사태 급변시 대응계획을 짜면서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 공식보고서에서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군대 이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