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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한중수교 18돌] 한-중 관계 길을 잃다

등록 2010-08-23 19:18수정 2010-10-27 12:18

천안함 대응 한-미동맹 올인 ‘혐한감정’ 확산
“중 외교부 관리들, 한국 대사 면담 회피까지”
토론사이트선 ‘한국 응징론’ ‘한국상품 불매론’ 번져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24일로 18년이 됐다. 한때 ‘중공’이라 불렸던 중국은 이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됐고 무역 규모는 22배로 늘었다. 경제관계를 토대로 아시아의 전략적 이웃으로 자리매김하며 순항해온 한-중 관계는, 올해 들어 ‘천안함 외교’란 암초를 만나 수교 이후 최악의 수렁에 빠졌다.

 양국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은 최근 “중국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주중 한국대사와의 면담을 피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훈련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까지는 중국 외교부가 한국대사 등을 불러 중국 쪽 입장을 전했으나, 최근에는 민감한 현안과 관련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중국인들과 교분을 쌓아온 한 인사는 “최근 중국 원로들을 만나면 양국 관계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한다”며 “중국인들은 한국이 천안함 이후 ‘큰형님’ 미국을 업고 중국을 압박한다고 느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던 한-중 관계는 올 들어서는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형국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국이 전략적으로 정신을 차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 외교’를 정조준한 비판이다. 한국 언론에선 ‘중국 때리기’가, 중국 언론에선 ‘혐한감정’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톈야 등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토론사이트들에선 ‘한국 응징론’ ‘한국상품 불매론’이 번지고 있다.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23일 베이징 특파원들과 만나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의 중국 태도에 국내에선 실망감을 표출했고, 한-미 훈련에 중국 쪽은 우려를 표시했으며 그런 과정이 아직 진행중”이라며 “한-중 관계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싸늘해진 중국…진출기업·유학생 “불이익 우려”

“밀월의 시대가 끝나고 갈등의 시대가 시작됐다.”

“한국이 중국에서 하루에 1~2억달러씩 흑자를 보고 일본에선 하루 5000만달러씩 적자를 본다. 최근 한-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생각을 하면 두렵다.”

중국에서 뛰고 있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중 수교 18주년을 맞는 중국 한인사회가 불안으로 술렁이고 있다. 냉전시대의 적대적 과거를 딛고 탄탄한 경제적 동반자로 성장한 두 나라 관계가 최근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은 반한 감정이 중국 정부의 경제적 보복조처나 한국 상품 불매 운동 등으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에는 여론 조성을 위한 중국 지도부의 방향성이 담겨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관영언론들이 연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한미동맹 일변도의 한국’을 비난하는 글들을 멈추지 않고 내놓는 것은 ‘위험신호’다. 4억이 넘는 네티즌을 가진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이명박 정권 때문에 중국이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다” 등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활을 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자칫 한-중 관계 악화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엘지(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정부에 신청한 차세대 엘시디(LCD) 사업 인허가에 대한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내 업체와 시장보호에 대한 고심도 있지만, 한-중 관계 악화에 대한 고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만4000여명이나 되는 재중국 한국 유학생 사회도 술렁인다. 중국 인민대학 대학원의 유학생 황아무개씨는 “중국 내 반한감정이 높아지고 중국 정부가 한국 유학생을 줄이거나 장학금 혜택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아 학생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중관계의 갈등 속에서 ‘양자택일’ 외교를 밀어붙인 한국이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세계 경제위기 이후 급부상한 중국은 철저한 국익 지상주의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도 이전보다 훨씬 단호하다. 한 한-중 관계 전문가는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도전과 기존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견제는 이제 ‘전초전’을 시작한 셈인데 장기적 갈등 구조의 가운데 한반도가 위치해 있어 한국이 지금 현명하게 균형을 잡지 못하면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천안함 외교가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한-중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의 지속적인 한-미 동맹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불만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일현 중국정법대학 객좌교수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중국은 이해하는 입장이었으나 이명박 정부의 한-미 동맹 일변도 정책을 보면서 경계감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중 관계 악화라는 가시적 문제 외에도 통일에 대해 중국을 설득하기 어려워진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 “미국요구, 한국이익 침해땐 ‘노’해야”
■ 18년간 쌓은 ‘공든탑’ ‘신냉전’으로 허무나
■ 안드로이드 2.2 버전 넥서스원 써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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