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춘·지린 모두 중국 동북3성 개발 중심축
나진~선봉과 연계, 경협 구체화 하려는듯
나진~선봉과 연계, 경협 구체화 하려는듯
“올해 두번의 방중은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북순 강화’다.”
3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동북지역 지린성의 지린과 창춘을 잇따라 방문한 데 대해,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설명했다. 두 도시 모두 중국이 지난해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발중인 ‘창(창춘)-지(지린)-투(두만강유역) 개발 선도구’의 중심 도시이고, 중국 동북지역 개발 흐름과 연계해 북한 경제를 개발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5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3개월 만의 이번 방문에서 ‘창-지-투’ 개발의 중심도시들을 방문해 북-중 경제협력과 북한 경제개발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북-중 관계에 밝은 전직 고위 당국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린·창춘 방문의 메시지는 이미 실행에 들어간 창-지-투 계획을 통해 그동안 ‘계획’ 수준에 머물던 북-중 경협 강화 협의를 ‘실행 프로그램’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귀국 뒤 북한이 나진·선봉·청진 등과 관련한 개방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5월 방중 당시 중국 동북지역의 물류 중심인 랴오닝성 다롄의 항구, 산업시설들을 시찰한 뒤 “다롄을 비롯한 (중국) 동북지역의 급속한 발전은 중국 당과 정부가 제시한 동북진흥전략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 첫날인 26일에도 지린에서 화신섬유공장 등 산업시설을 시찰했다. 창춘에서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2월에 답사했던 쇼핑몰과 이치자동차 공장 등을 시찰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에선 지난 5월 방중 당시 합의한 북-중 경제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창춘과 지린이 위치한 지린성은 북한과 긴 국경선을 접하고 항구가 없어, 북한의 나진항을 빌려 바다로 나가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창-지-투 선도구 개발의 성패는 나진·청진 개발과 긴밀하게 맞물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은 나진, 선봉 개발을 카드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투자 등을 구체화하고 경제협력의 속도를 내기 위한 협상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 방중의 핵심은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갖추기 위해 중국 동북지역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다만 ‘남순 강화’로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 사회 전체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청사진이 있었던 데 비해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은 전체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청사진 없이 위기 극복용으로 한정하려 한다는 불만을 중국 쪽에서는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이 창춘에서 회담을 했다면 중국 정부로서는 창-지-투 개발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긴밀한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제훈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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