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대전
중국 인터넷게임 ‘딩즈후’ 대인기
철거반원들을 죽여야 이기지만 비극적 결말
철거반원들을 죽여야 이기지만 비극적 결말
허허벌판에 무너질 듯 위태롭게 4층 건물 한채가 서 있다. 맨 아래층에는 ‘철거’를 의미하는 붉은 글씨가 써 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달려든다. 일부는 삽과 드릴을 휘두르고, 총을 쏘는 이들도 있다. 불도저도 달려든다. 강제철거 용역들이다.
집 안에서 6명의 한 가족이 필사적으로 맞선다. 할아버지는 새총을 쏘고, 아빠는 사제폭탄을 던지고, 엄마는 신발을 던지고 아이들은 덤벨과 폭죽을 사용한다.
중국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 ‘딩즈후(끝까지 버티는 철거민)와 강제철거 대전(大戰)’이다. 지난 8월 중순 한 인터넷 업체가 인터넷에 올린 이 게임이 입 소문을 타고 최고 인기 게임으로 등극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까지 나서 이 게임 열풍을 보도하고 있다. 인맥맺기 사이트인 런런망에는 이 게임에 대해 5만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와 있고, 이 게임에 대한 글들이 블로그 등을 달구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철거로 인한 비극에 대한 분노가 이 게임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장시성 푸저우에서 강제철거반의 폭력과 위협에 시달리던 일가친지 3명이 건물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인 뒤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들의 가족들이 이를 정부에 고발하려다가 감금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충칭에서 탕푸전이란 여성이 철거에 맞서 분신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지방정부에 강제철거를 단속하라는 긴급통지까지 내렸지만, 현실에선 변화가 없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폭등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부동산개발업체에게 토지를 넘겨 큰 수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 속에서 집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철거반원들을 죽이는 것이다. 철거반원을 죽이면 게임 이용자는 적절한 무기를 가진 가족 구성원을 집의 각층에 배치해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 베이징의 대학생 왕양은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분노를 달래주기 때문이다. 철거반원들은 자신들이 주민들에게 저지르는 그런 일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게임은 묘하게도 이용자가 어렵게 6단계를 넘어간 뒤 간신히 ‘생존 단계’까지 올라가면 화면 가득 철거반원들이 등장해 달려든다. 결국은 게임 이용자들이 실패하게 돼 있다. “이 게임의 잔인한 진실은 6단계까지 살아남더라도 결국은 집이 철거돼 버린다는 진실”이라고 한 네티즌은 평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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