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략적 가치 커져
네차례 만남 ‘밀착 과시’
네차례 만남 ‘밀착 과시’
“사흘간의 방문 동안 김정일 동지를 4차례나 만난 것은 북한 당·정부가 양국(북-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중국 당서열 9위인 저우융캉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11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이렇게 말하며 최근의 북-중 밀착을 과시했다. 그는 “올해는 중-조(북-중)관계 역사상 절정의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노동당 창건 65돌 축하 대표단을 이끌고 9~11일 평양을 방문한 저우 상무위원의 행보에선 최근 전례 없이 긴밀해진 북-중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은 물론, 열병식과 <아리랑> 공연을 김정일·김정은 부자와 나란히 지켜봤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3대세습’을 지지하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 당국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새 지도부를 신속히 승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중 관계를 더욱 강화해 전략적 이익을 키우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북한의 권력승계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북한의 안정 유지와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강화가 중국에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환구시보>는 11일 사설을 통해 “북-중 관계는 중국에는 전략적 의미가 있는 대외관계”라며 “중국은 한반도 안정 유지를 위해 현재의 대북정책을 굳건하고 선명하게 밀고 나가 이에 손상을 주는 어떤 국가의 정책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한국-미국-일본이 밀착하는 구도가 뚜렷해지자 중국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한국,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북한의 이용가치가 커졌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월 말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동북지역의 ‘창춘-지린-투먼’(창지투) 경제개발 현장을 둘러본 이후 북한의 실무대표단이 잇따라 이 지역을 방문해 구체적 논의를 하는 등 양국의 경제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 9일 체결된 ‘중-조 경제기술협력협정’도 대규모 경협과 경제·기술 지원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김정은 개인의 권력승계를 승인했다기보다는, 중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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