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말라” 석방 거부
수감중인 중국 반체제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싸고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외교전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은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죄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중국의 사법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류샤오보의 수상을 이용해 중국을 공격하려고 한다”며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중국 정치체제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지도자들이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갖고 누구도 어떤 방식으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류샤오보를 석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 정부가 전날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해 노르웨이와의 어업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 마 대변인은 “노르웨이 정부는 노벨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지지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손상시켰으므로 중국 정부와 인민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있다”며 “책임 있는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잘 알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가 베이징 자택에 갇힌 것이 불법적 연금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관련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을 피했다.
이날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은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에 대한 가택연금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11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류샤오보에게 보내는 축하메시지를 부인 류샤에게 전달하려고 베이징의 자택을 방문한 유럽연합 외교관들은 중국 공안의 저지를 받고 면담에 실패한 뒤 기자들 앞에서 축하메시지를 낭독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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