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구 3분의1 줄이고 ‘행정3분제’도
NGO 역할 키워 “문제 해결 동반자로”
NGO 역할 키워 “문제 해결 동반자로”
‘작은 정부, 큰 사회.’
중국 공산당이 광둥성 선전에서 실험중인 정치 개혁의 방향이다. 중국 경제 개혁의 선두에 자리하며 ‘개혁개방 1번지’로 꼽혀온 선전이 ‘정치 개혁 1번지’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은 중국 공산당이 고민 중인 정치 개혁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보도했다. 18일 폐막한 17차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도 정치 개혁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의 개혁은 서구식 다당제 민주주의와는 궤도가 다르다. 중국 공산당의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되,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준까지 차오른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의 역할과 공공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중국식 정치 개혁’ 실험이다.
2004년 이후 선전시는 정부기구의 3분의 1을 축소했고,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법적 제한을 완화해 당·정부의 직접 감독을 받지 않고도 등록을 할 수 있게 했다. 2007년부터 선전에서 농민공 자녀 지원단체를 운영해온 츠웨이공익사업발전센터는 2년 동안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정부에서 등록 서류를 내라는 연락을 받았고 올해 등록 허가를 받았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 단체의 리광밍 소장은 “이전에 중국 정부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며 정부가 시민단체를 사회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전시는 정부에 대한 언론 감시를 강화하고 독립적 반부패기구 설립도 추진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행정 3분제’라는 새로운 행정개혁 모델도 선보였다. 서구의 삼권분립과는 다르지만 행정권한을 정책 결정, 집행, 감독 등 3부분으로 나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선전시 민정국은 지난해 5월 당원대표대회를 열어 26명의 후보 가운데 당위원 9명과 기율검사위원 7명을 직접 선출하는 ‘공개추천 직선제’도 실시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8월말 선전경제특구 창설 30주년 행사에서 정치 개혁 발언의 포문을 연 것과 맞물려 선전 모델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한 왕양 광둥성 당서기가 선전의 개혁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앞으로 선전 모델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중국학자는 “2007년 당 중앙에서 선전, 충칭 등 4곳을 정치개혁의 시범지역으로 정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 공산당 대표대회에서 그 결과들을 보고해 전국적으로 확산해 실행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거듭 밝힌 ‘정치개혁’은 서구식 정치변혁이 아닌 정부개혁, 행정개혁에 가깝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위커핑 공산당 편역국 부주임은 18일 <신화통신>에 5중전회에서 논의된 정치개혁은 “선거, 정책 결정, 관리 감독에서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인민의 알권리와 참여권, 감독권 등을 보장하는 선치(굿 거버넌스)”라며 “법치, 책임지는 정부, 서비스 정부, 투명한 정부, 청렴한 정부 등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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