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등 노벨상 수상자 15명 성명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 15명이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54)가 석방될 수 있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심수 석방활동을 해온 인권단체 ‘프리덤 나우’를 통해 25일 공개한 서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은 “이번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류샤오보의 투옥 문제를 다룰 좋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이 직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류샤오보를 석방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를 석방한다면 중국이 최근 10여년 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특별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는 지난해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서명운동을 주도한 뒤 체제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이들은 또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도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 발표 뒤 중국 당국은 류샤를 연금시키고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했다.
이번 서한에는 카터 전 대통령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이란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 시린 에바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케냐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등 최근 10여년 동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대부분이 서명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서한에 서명하지 않았으나, 류샤오보가 수상자로 발표된 뒤 그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었다.
한편,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가 중국 인권운동가들과 류샤오보의 친구들에게 오는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류샤오보를 대신해 참석해 노벨상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공개서한이 지난 24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류샤는 이 공개서한에서 “나와 류샤오보가 수상식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너무나 미약하다”며 천안문어머니회의 딩쯔린 등 143명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시상식 참석을 부탁했으나, 이 서신을 류샤가 작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 언론들은 보도지침에 따라 류샤오보의 수상 소식이나 그에 대한 긍정적 정보들을 모두 삭제했으며,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은 잇따라 노벨위원회와 류샤오보를 비난하는 글들을 싣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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