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즈성
가족들 “정부가 납치” 주장…1년 넘게 실종
“G20회의서 후진타오에게
행방 물어봐달라” 기고문
“G20회의서 후진타오에게
행방 물어봐달라” 기고문
“오바마 대통령께서도 두딸의 아버지이시니, 후진타오 주석에게 내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는지 이 딸에게 말해달라고 제발 요청해 주세요.”
1년 넘게 실종 상태인 중국 인권변호사 가오즈성(44·사진)의 딸 그레이스 겅(17)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아버지의 문제를 제기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레이스 겅은 28일 <월스트리트 저널> 독자투고를 통해 “중국 정부가 아버지를 납치했다”며 “중국 정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스스로 만든 법을 위반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또다른 아버지가 실종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면서 가오즈성을 비롯해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고 있는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의 고통에 대한 서구의 관심과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가오즈성은 서구에선 류샤오보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인권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국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지하교회(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교회) 교인, 파룬궁 신자, 땅을 빼앗긴 농부들을 변호해 왔으며, 지난해 2월 가택연금 상태에서 공안에 끌려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올해 초에는 그가 이미 감옥에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3월 중국 당국은 그를 잠시 석방해 친지들과 연락을 취하고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도록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함구했고, 그로부터 한달 뒤 다시 실종돼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오즈성은 2005년 공산당 당적을 포기하고 파룬궁에 대한 박해를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당국의 박해가 시작됐다. 2006년 12월 가오즈성은 체재 전복 혐의로 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그레이스 겅은 당시 “아버지의 온몸이 검게 멍들어 있었고, 공안이 12살인 자신과 어머니까지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가오의 부인 겅허와 아들·딸은 그가 실종되기 한달 전인 지난해 3월 미국 기독교계의 도움으로 미국에 망명했다.
그레이스 겅은 “중국 정부가 아버지에 대해 얼버무린다면, 오바마 대통령께서는 우리 가족이 아버지를 찾을 수 있게라도 허용해 달라고 후진타오 주석에게 요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