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경유대란에 채소값 62%↑
10월 물가 상승률 4.4%
정부 비축물량 방출나서
10월 물가 상승률 4.4%
정부 비축물량 방출나서
“100위안(약 17000원)으로 살 물건이 없다”,“월급만 빼고는 다 오른다.”
시장에 갈 때마다, 베이징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유값 급등으로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주유소들이 늘면서, 문을 연 국영 주유소엔 차량 행렬이 길어지고 웃돈을 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서민물가가 사회안정과 직결되는 중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1월 들어 열흘 동안 중국 36개 대·중 도시의 18종 채소 평균 도매가격이 근당 3.9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4% 올랐다고 밝혔다. 저장성이 좋은 마늘과 생강은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11월 상순 가격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각각 95.8%, 89.5%나 올라, 같은 무게의 고기보다 더욱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상무부 왕빙난 시장운영국장은 채소가격 폭등은 “기상 악화와 석유값 인상 등으로 인한 운송비 상승, 투기 등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0.1%나 올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25개월 만에 최고치(4.4%)로 끌어올렸던 식품 물가도 이달 들어 고공행진 중이다.
남부에서 시작된 ‘경유대란’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 기업이 많은 남부지역의 지방 정부들이 올해말 끝나는 11차5개년 계획에 정해진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맞추려고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영세 공장들에 대한 전력 공급을 끊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중소기업들은 수출 납기일을 맞추려고 소형 경유발전기와 경유를 사 자체 전력 공급에 나섰다. 이를 빌미로 석유기업들이 경유가격을 올리면서 남부 지역에 경유대란이 빚어지자, 현재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2000여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국영 주유소들도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다. <경제참고보>는 16일 경유대란이 전국으로 확산돼 줄을 서고도 웃돈을 얹어줘야 급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충칭에서는 경유 부족으로 화장장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생활 물가 급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16일 식료품의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해 물가안정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야오젠 상무부 대변인은 냉동 돼지고기와 설탕 공급 확대 외에 채소류 생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가격 통제, 지방자치단체장의 식료품 물가 책임제 도입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투기 방지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물가’와 씨름하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핫머니 유입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한 정부 조처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 내에서 외국인 개인은 주거용 주택 한채만, 외국 법인은 비주거용 상업용 부동산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처를 15일 발표했다. 리커창 부총리는 15일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투기적 자금 흐름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하며,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예측과학연구센터의 천시캉 부주임은 15일 <중국경제신문>에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1~12월에도 4%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당국이 이에 대응해 내년 초까지 2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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