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왕·조희 유물들 사라져
지난달 8일 중국 산시성 시안 외곽, 진시황릉 서쪽에 있는 ‘진동릉’(秦東陵) 고분군을 정기 순찰하던 산시성문물국(유물관리국) 직원은 깜짝 놀랐다. 가장 큰 1호 고분 꼭대기에 최근 구멍을 냈다 덮은 흔적이 있었다. 2000여년 전 진시황의 부모가 묻힌 고분이 도굴을 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체포된 용의자 9명의 조사결과, 현지 주민인 이들은 다이너마이트로 가로, 세로 70㎝, 50㎝의 구멍을 낸 뒤 36m 깊이까지 터널을 파 묘실에 들어가 관 뚜껑을 깨부수고 도굴을 했다고 홍콩 <문회보> 등이 26일 보도했다. 도굴꾼들은 첨단장비를 사용해 무덤까지 전력선을 연결해 도굴하는 동안 공기를 무덤 안으로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용의자들은 무덤에 들어갔더니 이미 도굴당한 흔적이 있어 유물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유물들은 사라진 상태라 이들이 도굴했는지 이전에 이미 도굴당했는지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
도굴당한 무덤은 진시황의 아버지로 BC 246년에 숨진 장양왕과 진시황의 생모 조희가 묻힌 곳으로 알려졌다. 시안시가 진시황릉과 함께 철저히 감시 중인 진동릉에서마저 도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당국은 이번 사건을 민감하게 여기며 정확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진동릉 구역에는 진시황의 부모와 함께 조부 효문왕과 조모 화양태후도 묻혀 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거대한 ‘도굴 산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문회보>는 10만여명의 전문 도굴꾼들이 중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고 도굴은 이미 거대한 산업이 돼 유물 보호가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리젠민 연구원은 “이전에는 유물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에서만 심각한 도굴이 벌어졌지만 현재는 고묘가 있는 곳마다 도굴꾼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도굴꾼들은 분업화, 전문화돼 좋은 설비와 상당히 전문적인 고고학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도굴꾼들은 일단 유물을 꺼낸 뒤 전문적 운송조직에 넘긴다. 유물은 도굴 뒤 1시간 정도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3일 뒤면 국경을 빠져나가기 때문에 증거가 사라져 처벌이 매우 어렵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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