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어선 피해배상 요구 왜?
중 외교부 “한국 해경 불법단속”
외교소식통 “원만 처리 합의 깨”
중 외교부 “한국 해경 불법단속”
외교소식통 “원만 처리 합의 깨”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한국 해경 경비함에 중국 어선이 충돌해 중국 어민이 숨진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한국의 책임자 처벌과 사죄, 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국 사이에 미묘한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올해 9월 중국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자국 어선이 일본 해양순시선과 충돌한 뒤 나포된 데 반발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에 책임자 처벌과, 인명·재산 피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았다는 한국의 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주장은 지난 18일 중국 어선 요영호(63t급)가 우리 해경 경비함(3000t급)과 충돌해 침몰한 지점이 2001년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상의 ‘잠정조치 해역’이어서, 중국 어선들이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고 한국이 단속할 권리도 없다는 것이다. 한국 쪽의 발표와 시각차가 크다.
앞으로 해경의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밀고당기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 시점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점은 중국 정부가 갑자기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배경이다. 사건 이후 한-중 협의에서 양국은 사건을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 대변인은 한국이 연평도 포사격훈련을 강행한 다음날 강경한 요구를 들고 나왔다. 연평도 사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비판해온 중국이 어선 침몰 사고를 빌미로 한국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인터넷에서 어선 침몰 이후 한국에 대한 비난과 ‘응징’ 정서가 확산되는 점을 고려해, 국내 정서를 달래기 위한 조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나닷컴에는 “댜오위다오 사건 때 일본인도 우리를 죽이지 못했는데, 한국인이 그런 건방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격앙된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후·시나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한국을 비난하는 글들이 확산되고 있고,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들도 한국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한국이 단속할 권리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한-중 관계가 다시 암초를 만난 데 대해,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최근 한-중 고위 외교당국자 간의 회담에서도 양국은 이 문제를 확대하지 않고 원만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는데, 중국이 자신들의 주장을 갑자기 공개적으로 들고 나왔다”며 “민감한 영토·영해 분쟁과 관련이 없는 우발적 사건이기 때문에 댜오위다오(센카쿠) 사태처럼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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