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제토와(쓰투화·司徒華)
민주화 운동가들 정신적 지주 ‘스제토와’ 사망
천안문 유혈진압 비판하며 중국 민주화 요구
천안문 유혈진압 비판하며 중국 민주화 요구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 스제토와(쓰투화·司徒華·사진)가 2일 세상을 떠났다.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민주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그의 죽음에 홍콩이 애도 물결에 휩싸였다. 향년 79.
교사였던 스제토와는 1973년 교원노조인 홍콩교육직업인협회를 창립해 영국 식민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운동을 이끌면서 대표적인 좌파 노동운동가이자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국양제 체제하의 홍콩 헌법인 기본법 초안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1989년 6월4일 천안문광장의 민주화 시위가 탱크를 앞세운 군대에 진압되자, 그는 중국 공산당과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사태 직후 홍콩시민지원 애국민주운동연합회를 결성해 희생자와 유가족,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고, 매년 6월4일 천안문 희생자들을 기리고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열어왔다. 해마다 수만명이 참가하는 이 시위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구심점이 돼왔다. 스제토와는 홍콩의 대표적 야당인 민주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입법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입국 금지 인물’이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끝까지 중국 민주화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9년 말 폐암 선고를 받은 뒤에도 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으로 계속 활동했다. 지난달 병문안을 간 민주당 주석 앨버트 호(허쥔런)와 만났을 때는 “중국이 신해혁명 100년을 맞는데도 진정한 민주화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더 이상 공헌할 수 없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천안문 시위 지도자로 21년째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왕단은 홍콩 언론에 “선생님은 나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말했다. 친중국계인 도널드 창(쩡인취안) 홍콩행정장관도 “중국과 홍콩을 매우 사랑한 고인은 평생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헌신했다”는 추도사를 발표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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