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찬룽 인민대 부원장
인터뷰 / 진찬룽 인민대 부원장
중-미 세력판도 달라져 양국관계 이전보다 복잡
공동성명 ‘협력’ 삽입여부 회담성패 판단 지표 될것
중-미 세력판도 달라져 양국관계 이전보다 복잡
공동성명 ‘협력’ 삽입여부 회담성패 판단 지표 될것
중국의 대표적인 미중관계 전문가인 진찬룽(49)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9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올해 상반기 미중관계는 비교적 안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동의 이익 때문에 함께 살지만 매일매일 싸우는 부부처럼 힘든 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번 회담이 “교차로에 서 있는 중미관계의 전략적 위상을 정하는 회담”이며, “최대 목표는 중미의 전략적 신뢰 강화”라고 지적한다. 회담 뒤 발표될 공공성명에서 미중관계에 대해 협력(partnership) 이란 표현이 들어가는 것이 회담의 성패를 판단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통계적 연구를 보면 중미 정상간 상호 방문의 효과는 약 4개월 정도이며, 장기적으로 중미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미의 세력 판도가 달라졌기 때문”인데,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중국의 17배였지만 현재는 2.5배로 경제적 격차가 빠르게 줄었고, 중국의 군사현대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현대화 3대 목표는 2020년까지 인공위성, 항공모함,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10년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으며, 최근 스텔스 전투기 젠-20 등 공격형 첨단무기들도 내놓고 있어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개발중인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21D은 미국 항공모함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중국에게는 1960년대 원자탄 개발과 맞먹는 군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런 상황에 심리적인 준비가 안돼, 미국은 자신감을 잃고 불안을 느끼고 있고 중국은 자신감이 지나친 동시에 국제적 사안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과거 미중간의 문제는 3T(Taiwan, Tibet, Trade)로 불리는 대만, 티베트, 무역문제였지만,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동아시아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중국의 군사현대화를 둘러싼 갈등, 경제적 경쟁이 새 갈등 요소로 등장했다. 이후 중미관계는 더욱 다루기 힘들어지겠지만, 중미가 많은 부분을 서로 의존하고 있고 서로의 충돌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 부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다자간 의제중 한반도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계속 비핵화 목표를 추진한다는 합의는 이뤄지겠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미-중간에 한반도에 대한 전략 목표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 3대 목표는 전쟁 방지(不戰), 혼란 방지(不亂), 비핵화(無核)이고, 비핵화에 대해서는 미국과 전략적 목표가 완전히 일치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에 절대 전쟁이 일어나거나, 북한 붕괴 등으로 혼란이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선 별 상관이 없다. 중국은 이전에는 북한만 벼랑끝 전술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한국도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어 전쟁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점을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과 공동으로 한반도 위기 통제 시스템을 만들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으니 합의가 이뤄질지는 말할 수 없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화 방침이 정해져도 단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에 대한 한국 여론의 반감이 매우 커졌고, 미국도 한국의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대화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몇달 정도 시간이 지나 여론이 진정되면 남북대화가 열리고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 진 부원장은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이 아니며, 6자회담을 통해 북한과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북한을 국가적으로 정상화시키고 긴장을 풀고, 개혁개방을 통해 정상적인 국가로 바꿔야만 이후 핵 포기가 가능하고, 이후 남북 통일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북한이 행동을 바꾸도록 중국이 더욱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 대해 “중국은 이미 드러나지 않게 북한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북한에 가서 이번에는 북한이 너무 심했고, 한국의 대북 여론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중국은 돕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얘기했고, 결국 북한은 냉정을 외복했다. 다만 중국은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면 고립된 북한이 더욱 극단적 행동을 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문을 닫고 몰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국의 방식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환율 문제 등에서 경제적 양보를 하겠지만 큰폭의 위안화 절상은 없을 것이며,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압력과는 관계 없이 중국이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발전 모델을 바꾸고 수입을 늘리기 위한 자체적 필요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수입도 중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첨단기술 분야와 장비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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