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덩샤오핑’ 되려 미국에 화해 신호
미 언론 “중 권력분산…미와 대타협 난망”
미 언론 “중 권력분산…미와 대타협 난망”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오후(한국시각 19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공항 영접을 받으며 워싱턴에 도착해 전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후 주석의 방문에는 왕치산 부총리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 외교부장, 장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중국 경제·외교의 주요 인물들이 총출동했다. 후 주석은 한국시각으로 19일 자정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방문은 세계 양대 강대국 정상의 만남이라는 국제정치적 의미 외에도, 후 주석 개인에게는 중국의 제4대 지도자로서 역사적인 업적을 남기는 과제와 직결돼 있다. 후 주석은 개혁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이 기존 성장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미중관계의 새로운 틀을 남기려 한다는 분석이다. 2012년 시진핑 부주석에게 권력을 물려줘야 하는 후 주석으로서는 이런 외교적 업적을 통해 차기 지도부 구성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후 주석의 업적 남기기’를 위해 중국이 최근 미국에 눈에 띄게 화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중국과 ‘힘겨루기’를 했던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 지도부 내의 이런 기류를 간파하고, 올들어 잇따라 고위 관리들을 중국에 보내 한반도 문제와 위안화 환율, 무역 문제 등 주요 이슈에서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외교를 벌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 지난해 ‘힘의 외교’를 벌인 결과 외교적으로 득보다 실이 컸다는 기류가 있어, 양국간에 ‘공동 이익’ 부분에서는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방문 직전 후 주석이 예전 공산당 지도자들과 달리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가장 힘 없는 지도자’라면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절처럼 미중간에 ‘대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과거와 달리 집단지도체제의 합의로 운영되는 공산당 지도부 안에서 후 주석은 정치국 내 다른 8명의 상무위원들을 의식해야 하는 제한된 권력의 지도자라는 평가다. 특히 점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군부와 고위 관료, 대기업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중국과 협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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