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야오방 전 총서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정비젠 전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이 후야오방 전 총서기를 찬양하고 추억하는 글이 관영 <신화통신>에 게재됐다. 정치개혁을 지지했던 후 전 총서기는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촉발시킨 인물로 꼽혀 여전히 복권되지 못한 상태여서, 이 글의 정치적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정비젠은 25일 <신화통신> 사이트에 게재한 <후야오방 곁에서 일한 추억과 소감>이라는 장문의 글에서 지난 1981∼1986년 비서로 일하면서 지켜본 후야오방이 “인민의 이익을 바탕으로 좌파의 오류를 고치면서 새로운 역사적 조건에 따라 중국 사회주의와 현대화의 길을 가려 했던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후야오방은 중국 특색사회주의를 건설하려면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정치체제까지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소개했다.
정비젠은 “후야오방의 친근한 이미지와 웃는 얼굴, 이기적이지 않으면서 늘 서민을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회고했다. 그는 후야오방이 춘제(설) 등의 명절에도 오지의 빈곤지역을 찾아 인민과 함께 했고,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융통성 있는 태도로 정책을 만들고 실행했다고 기억했다.
후야오방은 서방식의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이유로 1987년 총서기직에서 밀려났다.그가 1989년 4월15일 사망하자 대학생들이 그의 복권과 민주개혁을 요구하며 시작한 시위가 천안문 광장의 민주화시위로 확대됐다.
정비젠은 2003년 10월 당시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으로서 보아오포럼에서 ‘화평굴기(평화롭게 일어서다)’를 후진타오 체제의 외교정책으로 제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천안문 시위를 국가를 전복하려는 동란으로 규정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후야오방에 대해 공식적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지만, 최근 중국 지도부와 주요 인물들이 후 전 총서기에 대한 추모글을 잇따라 관영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후야오방의 ‘복권’을 위한 준비라는 관측이 나온다.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이 후야오방 탄생 90주년이었던 2005년에 추모 글을 썼고, 지난해 4월15일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인민일보>에 추모 글을 썼다. 원 총리는 후야오방이 총서기로 재직하던 시절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으로서 보좌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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