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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원자바오 “민심 듣겠다” 중국판 ‘신문고’ 행차

등록 2011-01-26 18:57

국가신방국 찾아 총리 최초로 ‘민원인 면담’
정치개혁 행보·인권 존중 과시용 쇼 해석도
베이징 시내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은 중국 전국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중앙정부의 도움을 구하려고 상방(上訪·베이징 등 상급 도시로 올라와 민원을 호소하는 제도)하러온 이들의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24일 오후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국가신방국을 찾았다. 총리는 “민중의 의견을 들으러 왔으니 주저하지 말고 사실을 얘기해 달라”며 “우리의 정부는 인민의 정부이며, 우리의 권력은 인민이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췌하고 걱정스런 표정의 농민, 노동자 8명이 총리에게 주택이 강제철거됐고, 토지가 몰수되고, 임금 체납을 당했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이 모습을 25일 밤늦게 내보냈다.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총리가 직접 상방인들과 대면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사연을 들은 뒤 원 총리는 “농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인민들이 정부에 의견을 내고 건의하는 통로를 넓혀 인민이 정부를 비판, 감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중이 외치는 소리를 경청하고, 비판을 용감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만 정부 업무가 인민의 뜻에 더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원 총리가 정치개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파격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 총리는 지난해 8월말부터 두달여 동안 8차례에 걸쳐 정치개혁의 절박성을 강조했지만, 지난 10월 말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중국은 정치개혁을 해왔으며 중국에 맞는 개혁을 해야 한다”며 총리를 비판하는 듯한 사설을 실은 뒤 이 문제에 침묵했다.

홍콩 <명보>는 원 총리가 민원인들의 비판을 격려하는 행보를 통해 3월 초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정치개혁의 바람을 다시 일으킬지 지켜봐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를 향해 사회적 불만을 달래는 모습을 보이고, 국제적으로는 중국 지도부가 인권에 신경을 쓴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있다. 독립적 사법 시스템이 없는 중국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해결할 길이 없는 피해자들은 매년 수백만명씩 상방을 하지만, 제대로 처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방정부는 업적에 먹칠을 할까 봐 민원인들을 위협해 상방을 막고 ‘비밀감옥’에 가두기도 한다. 주리자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원 총리의 방문은 “정부가 민원인들의 불만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이려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지도자들의 쇼’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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