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차이징> 최신호
중 주간지, 권력층 ‘공동 애인’ 리웨이 통해 부패상황 폭로
리웨이(48)는 프랑스계 혈통이 섞인 베트남 난민으로, 1970년대 전쟁을 피해 중국 남부 윈난성에 정착했다. 그는 중국 국적을 취득한 뒤 윈난성 연초국 간부와 결혼했고, 남편의 직위를 발판으로 많은 고관들에게 접근해 중국 권력자 10여명의 ‘애첩’이 됐다. 아울러 권력의 보호우산과 인맥을 이용해 자신의 ‘기업 왕국’을 세웠다. 베이징, 광둥, 칭다오, 선전, 홍콩과 해외 곳곳에 20여개의 기업을 세워 부동산 개발과 석유, 담배, 증권 관련 사업을 하면서 수십억위안의 재산을 모았다.
중국 고위 권력자들의 ‘공동 애첩’으로 불리는 리웨이를 통해 권력과 돈이 결탁한 중국의 현실을 과감하게 폭로한 주간지 <차이징> 최신호(사진)의 기사가 중국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006년 리웨이에 이어 2007년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당시 칭다오 당서기 두스청과 시노펙 최고경영자 천퉁하이가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 알려졌다. <차이징>은 ‘공공의 끈’이란 제목의 14쪽에 걸친 장문의 탐사보도를 통해,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리웨이와 다른 고위 관리들의 관계, 리웨이가 이들의 권력을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상세히 폭로했다. 기사가 폭로한 리웨이의 ‘연인 겸 보호자’는 리자팅 윈난성 전 성장, 정사오둥 공안부 전 부장조리, 류즈화 베이징시 전 부시장, 황쑹유 고급인민법원 전 부원장, 왕이 중국개발은행 전 부행장 등이다. 이 잡지는 아울러 이름을 밝힐 수 없는 2명의 고위급 관리들도 리웨이의 뒤를 봐줬다고 전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부정부패 혐의로 투옥됐지만, 리웨이는 최근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초 인터넷을 통해 이 기사가 급속히 확산되며 중국 권력자들의 돈, 여성 문제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높아지자 검열이 시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차이징> 기자는 판매 금지나 회수 처분을 받지는 않았지만 15일 당국으로부터 온라인판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기사가 대부분 삭제됐지만 가판대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데, 일부 상인들은 판매 금지를 우려해 잡지를 숨겨뒀다 손님들이 요구하면 내놓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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