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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네티즌 행동력, 미래 변화의 잠재력으로

등록 2011-02-21 19:30수정 2011-02-22 08:24

베이징 ‘재스민 집회’ 1시간 만에 끝났지만…

당국 감시망 뚫고 시위현장 사진 인터넷서 번져

집회 확산 가능성 낮지만 “정치토론 활발” 전망
21일 중국 인터넷은 조용히 술렁였다.

“어제 (베이징 중심) 왕푸징에서 시위가 있었다는 소식 들었냐” “다들 모리화(재스민의 중국 이름) 얘기를 한다”는 글들이 아침 일찍부터 토론방에 올랐다. 당국의 삼엄한 검열을 뚫고 ‘중국판 재스민혁명 집회’가 벌어졌다는 소식과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오늘은 영원히 역사책에 기록될 날”이라는 축하글도 올랐다.

20일 오후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일부 도시에서 수백명 정도가 인터넷의 ‘재스민혁명 집회’ 개최 메시지에 호응해 시위에 참가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1㎞밖에 떨어지지 않은 왕푸징의 맥도널드 매장 앞에선 시위 참가자들과 이들을 막아선 대규모 공안 인력과 사복경찰, 구경꾼, 취재진 등 1000명 가까운 인파가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가운데 시위대는 100~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상하이 중심가 인민광장에도 100명 정도가 모였고 물가 급등 등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던 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얼빈, 항저우, 란저우, 난징 등에도 소규모 시위대가 모였다고 <명보>는 전했다.

시위는 소규모였고 1시간도 안 돼 경찰에 해산됐다. 시위 참가자 중 상당수도 인터넷에서 시위 촉구 메시지를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서 나왔다며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되면서 이번 시위를 촉발한 ‘중국 재스민혁명’이라는 글도 어떤 조직이 시위를 주도하는지 밝히지 않았고, 부동산·식품 가격 급등, 취업난, 일당독재, 언론 통제 해결 등 다양한 요구를 나열해 시위의 초점도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대규모 공안과 사복경찰을 동원해 현장을 철저히 봉쇄했는데도, 누리꾼들이 시위를 조직해 행동에 옮겼다는 점에서 당국은 극도로 긴장한 채 대응했다. 주말 동안 인터넷에서 시위 장소로 지목된 13개 도시를 비롯한 20여개 도시에 수만명의 공안과 무장경찰이 배치됐고, 인권운동가 수백명이 연행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라고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가 밝혔다. 베이징대를 비롯해 장쑤, 광둥성 대학들은 20일 대학생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집회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 이동통신(차이나모바일)은 20일 오후 한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21일에는 왕푸징이나 천안문 광장의 경계도 이전보다 삼엄하지 않았고, 시위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21일 사설을 통해 서방이 “재스민혁명을 흉내낸 소수의 시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서방의 일부는 중국이 ‘이집트 다음 차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의 ‘현재’보다는 ‘미래’에 주목한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린허리는 <명보>에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중인 가운데 단시일 안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물결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이후 점점 많은 누리꾼이 인터넷을 이용해 정부의 감시망을 뚫고 민감한 정치문제를 토론하고 군중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시위 지도자였던 왕단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행동은 미래에 진정한 인민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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