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는데 부동산 묶자
자산가치 하락 막기 위해
자산가치 하락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득한 중국에 ‘금·은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금 생산지인 산둥성 웨이팡시 창러현의 황금시장 ‘보석성’에서는 매일 아침 8시 시장이 열리자마자 진열대가 텅 비어버린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최근 이곳에 구매자들이 몰려 골드바와 금 장신구를 순식간에 휩쓸듯 사가는 모습을 전하면서, 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의 중국은행 지점, 이곳에서 24일 한나절 만에 골드바가 다 팔려 5온스짜리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홍콩 <명보>는 보도했다. 이 은행의 직원은 “현재 은행예금 이자가 3% 정도이고 물가상승률이 5~6%선이라, 많은 사람들이 투자가치를 고려해 앞다퉈 골드바를 사간다”고 말했다.
2000여곳의 금 가공공장들이 밀집한 광둥성 선전에는 멀리 동북지역의 ‘금은방 사장’들까지 금을 사러 몰려들고 있다. 지린성 창춘의 금은방 사장 리징은 <신문화보>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 가공공장에서 서로 우리에게 연락을 했지만, 지금은 물건이 없다”며 “각지의 금은방 사장들이 온갖 곳에서 금을 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4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으면서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을 계속 내놓으면서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없게 된 민간 자금이 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홍콩계 유명 금 판매 체인 저우성성은 지난 한달 동안 중국과 홍콩에서 금 장식품 판매가 20% 늘었고, 금 가격도 6% 올랐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금 도매가격은 g당 303위안(약 5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치인 310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빠른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24일 경제 전문 프로그램인 <경제30분>에서 은 열풍을 다뤘다. 베이징 차이스커우백화점의 왕춘리 사장은 이 프로그램에 “투자용 은괴를 팔고 있는데 수요가 매우 많아서 춘절(설) 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매진되고 있다. 매일 수백㎏을 들여오는데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다 없어진다. 하루 1t이 팔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황금은 부피가 작고 보관하기는 좋지만 이미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은은 아직 가격이 낮아 투자 자금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은 투자자들은 금 가격은 추가 상승 여지가 적지만, 은은 아직도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 은 도매가격은 1년 전 g당 3.7위안에서 현재 7위안으로 올랐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은 선물가격은 온스당 34.31달러로 31년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8월 이후 80%나 올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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