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군용기 국외파견
‘내정불간섭’ 외교원칙 변화
‘내정불간섭’ 외교원칙 변화
리비아의 혼란 속에서 외교 시험대에 오른 중국이 과거와 다른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리비아의 중국 교민 철수를 위해 인민해방군 군용기 일류신 II-76 4대가 지난 28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를 출발해 리비아로 향했다고 <인민일보>가 1일 보도했다. 중국 군용기가 교민 철수작전을 위해 국외에 파견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국 구축함 쉬저우호도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리비아로 항해중이라고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리비아에 있던 중국인 3만여명 가운데 2만9000명을 이웃국가 등으로 대피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중국은 전체 원유의 3%를 리비아로부터 수입해 왔고, 중국 국영기업들은 리비아의 사회기반시설과 원유 관련 시설에 14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된 대규모 중국인들이 리비아에 머물고 있었고 중국은 사상 최대의 철수 작전에 힘을 쏟아 왔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제재 결의안 표결에 찬성한 것도 이례적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외교 원칙으로 내세우며, 인권문제와 관련한 제재에 동참하길 꺼려왔다. 짐바브웨·미얀마·수단의 인권 탄압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막아왔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찬성한 적이 있지만 이는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경우로 한정했다.
하지만 중국은 26일 카다피 정권에 대한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무기 금수 등을 규정한 유엔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중국이 달라진 국제적 위상과 확대된 국익에 맞게 외교 정책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09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중동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산 원유 수입을 늘려왔다. 이처럼 중국의 국익 범위가 전세계적 범위로 확산된 현실에서 국제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독점해온 중동 정세의 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영향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최근 <환구시보>는 ‘중동 재편, 중국이 방관자가 되긴 어렵다’는 사설에서 “중동의 변화가 세계의 틀을 바꾸고 있으며, 어떤 정권이 무너지는지가 중국의 이익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며 “중국은 내정 불간섭을 열심히 실천해 왔지만 세계가 변하고 있고 중국의 행동에 대한 기대도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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