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개막식 참석한 북한대사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사진 맨 왼쪽)가 지난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당국, 원천봉쇄·외신 취재차단
누리꾼 “‘그림자전술’ 활용하자”
누리꾼 “‘그림자전술’ 활용하자”
시위대가 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제3차 재스민 시위’가 예정됐던 6일 중국 베이징 중심 번화가인 왕푸징과 시단 등에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공안과 사복경찰들이 배치됐다. 왕푸징 거리의 시위 예정 장소인 맥도널드와 케이에프시(KFC), 왕푸징서점 등 안에서는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꽂은 사복경찰들이 감시의 눈길을 보냈고, 근처에는 10여대의 살수차가 배치되고, 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2층 창문마다 흰 가림막이 내려지는 등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이날 뚜렷한 시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당국의 삼엄한 원천봉쇄로 ‘중국판 재스민 시위’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가 열리고 있는 시기여서 베이징에 정사복 공안, 보안요원 등 약 73만9000명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고 있다고 <중국통신사>가 보도했다.
최근 인터넷에 등장한 ‘제3차 재스민 시위’ 선동 글은 1차 시위 때의 13개 도시보다 훨씬 늘어난 41개 주요도시에서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특히 베이징의 시위 예정 지역도 왕푸징을 비롯해 시단, 첸먼다제 등 10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화교 인터넷 사이트 보쉰(boxun.com)에는 5일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푸단대 등 중국 주요 대학 학생들에게 집회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공개서한이 오르기도 했다.
시위는 원천봉쇄됐지만 중국 당국은 구호도 없고 몇명이 참가했는지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시위 선동에 매번 대규모 공안 인원을 동원해 맞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다. 집회 촉구 글은 “집회 때 구호를 외치지 말고, 매주 꾸준히 참가하기만 하자”며 철저한 ‘그림자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신경이 곤두선 중국 당국은 외신기자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지난주 공안당국은 일부 외신기자들을 소환해 시위 예정 지역에서 ‘불법적인’ 취재활동을 계속하면 취재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5일에도 외신기자들에게 다시 경고성 전화를 거는 등 취재 차단에 힘을 쏟았다.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그림자 시위가 매번 대규모 공안들을 동원하게 하면서 당국을 애태우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는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 아래서 확산되는 민심의 불만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