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지 “덩씨 간첩일 가능성 낮다”
중국 현지 분위기
상하이 교민들에게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은 당혹스러운 미스터리다.
선정적인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지만, 정작 사건의 무대였던 상하이에서 사건의 핵심인물인 중국인 여성 덩 아무개의 행적은 교민들이나 기업인들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덩씨가 비자를 신청할 때 주소지로 적은 고급 아파트단지인 밍두청(명도성)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지만, 이곳 한국 교민들도 덩씨가 살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상하이 한국상회의 한 간부는 “사업상 덩을 아는 한국인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이고, 교민 대부분은 이번 언론보도 이전까지 덩이라는 여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무상 총영사관과 함께 일을 해온 상하이의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왜 영사들이 갑자기 귀국할까 궁금했던 적은 있지만 덩과 영사들의 관계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다”며 “덩이라는 여성이 권력을 움직이는 듯 행동하면서 정치적인 힘이 필요한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었을 뿐 일반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건의 열쇠를 쥔 덩씨가 잠적했고, 덩씨의 신병을 중국 쪽이 확보해 보호하거나 조사중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의 정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민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하이 교민들의 인터넷 카페인 ‘두레마을’에는 “도움이 안 된 영사관…중국의 한 여자의 치마폭에 놀아나고 웃기네” 등 영사관을 성토하는 글들이 오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자칫 한-중 외교관계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랴오닝성사회과학원의 뤼차오 주임은 9일 관영 국제전문지 <환구시보>에 “한국 대통령의 친형이나 부인의 전화번호가 유출된 것은 얼핏 놀랄 만한 일이지만 사실 별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라며 덩아무개가 간첩일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자주 등장해온 ‘중국 여간첩’ 사건이 한국에서도 출연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과 한국 국민 사이의 감정이 점차 좋지 않게 변해 한국에서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