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작년엔 검열 등 문제로 무산
“승인내용 엄격히 준수해야”
“승인내용 엄격히 준수해야”
중국 당국이 민감한 시기에 민권운동의 상징인 미국 뮤지션 밥 딜런(사진)의 첫 중국 공연을 허가했다.
중국 문화부는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밥 딜런과 공연 멤버 24명이 3월30일부터 4월12일 사이에 중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허가한다고 발표했으며, 그동안 여러 차례 무산됐던 딜런의 중국 공연이 4월초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딜런은 1960년대 미국 민권·반전운동을 상징하는 뮤지션이며, <블로잉 인 더 윈드> <라이크 어 롤링스톤> 등 그의 많은 곡들이 정치적인 은유를 담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고 중국에서도 ‘재스민 시위’ 시도가 벌어진 민감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그의 공연을 승인한 것은 음악계 관계자들과 팬들을 놀라게 했다.
문화부의 승인이 나온 뒤, 딜런의 4월6일 베이징과 8일 상하이 공연 표가 이미 티켓예매 사이트 등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다. 베이징시 문화국은 딜런이 공연에서 부를 선곡 리스트를 당국이 이미 심사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이번 공연 기획사인 거화라이브네이션이 콘서트를 적절하게 감독해야 하며, “승인된 내용을 엄격히 준수해 공연을 진행해야 한다”는 단서도 잊지 않았다. 기획사인 거화는 딜런이 중국 무대에서 공연할 곡 리스트를 밝히길 거부했다.
지난해에도 딜런은 중국 공연을 하려했으나, 검열과 비용 문제로 두차례 무산됐다. 당시 공연기획을 맡은 대만 회사는 지난해 3월 중국 문화부가 검열 문제로 승인을 해주지 않아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문화부는 기획사가 딜런 콘서트 허가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아이슬랜드 뮤지션 비요르크가 2008년 상하이 공연 도중 “티베트, 티베트”를 외친 ‘돌발사고’ 이후 중국 검열 당국은 서구 뮤지션의 공연 허가를 내주는 데 매우 민감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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