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가장 큰 위험인 부정부패의 토양을 없애려면 반드시 제도와 체제를 바꿔야 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정치개혁의 필연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며 정치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원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역사적으로 영원한 주제”라며 “정치와 경제개혁은 반드시 같이 진전돼야 하며, 인민의 분노를 해결하고 희망을 실현하려면 인민들이 정부를 비평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한 의미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지난주 ‘서구식 정치개혁은 없다’고 못박은 뒤 원 총리가 이런 발언을 하자, 중국 지도부 안에서 정치개혁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산당 권력 서열 2위인 우 상무위원장은 지난 10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서구식 정치체제를 모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률체제를 고수하고, 지도이념의 다원화와 삼권분립, 사유화 개념 등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발언했다.
하지만 원 총리가 정치개혁의 구체적 방안이나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8월 선전 방문 당시의 정치개혁 발언을 다시 강조한 수준이어서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왕젠쉰 중국정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지도부 내 다른 파벌들 사이의 정치투쟁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원자바오의 정치개혁 다짐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으며 정치적 수사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폐막한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향후 5년간의 경제·사회 청사진인 12.5계획이 통과되면서, 중국 경제 발전 방식을 내수와 첨단산업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내건 새로운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게 됐다. 원 총리는 물가 안정과 민생 개선을 올해 중국의 주요 과제로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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