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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선전, 어린이 노동 눈감은 ‘비정한 경제특구’

등록 2011-03-27 19:29

대만계 충전기 회사 ‘16살 미만 40명 고용’ 적발
광둥 수출산업지대, 저임금·야근 등 착취 빈번
지난 23일 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 룽강공업지대 길가에 여자 아이 18명과 남자 아이 3명이 어른 4명에 이끌려 서 있었다. 키가 작고 마른 아이들은 모두 초췌한 모습이었다. 순찰중이던 경찰은 어린이 인신매매로 의심해 이들을 파출소로 데려가 조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입을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대만계 화롄전자에서 일했어요.” “한시간에 5위안씩, 하루 13시간정도 일해서 한달에 1700위안(약 29만원)을 받았어요. 고향은 너무 가난해서 다들 모여 일자리를 구하러 왔어요.”“요즘 주문이 줄어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고 월급을 못받고 나온 사람도 있어요. 갈 곳이 없어서 거리에 서 있었어요.”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전한 광둥성 선전에서 아동 노동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충전기와 블루투스 어댑터 등을 만드는 화롄전자는 인력소개회사를 통해 최소 40여명의 아이들을 고용했다가 적발됐다고 <남방도시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27일 보도했다. 모두 12~14살로 쓰촨성 시창의 빈곤한 마을 출신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사에서 아이들이 16살 이상으로 나이를 표시한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 자신들도 속았다며, 시간당 7.1위안을 줬는데 인력소개회사가 2.1위안씩 떼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선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9.8위안이었다. 선전시 노동당국은 아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아이들은 선전에 남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수출산업의 중심지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 지역에서 몇년 전부터 아동 노동이 일상적으로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눈을 감아주고 있다고 노동 문제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특히 최근 농민공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의류나 완구 등을 만드는 영세 업체들은 16살 미만의 노동자들을 고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산둥성의 소도시 지모에서도 포장재 공장에서 일하던 아동 노동자 5명이 열악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다 지난주 언론사에 제보 전화를 해 ‘탈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15살의 이 공장 노동자는 “일한 지 한달 됐는데,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시키고 먹는 것도 형편 없다. 사장이 월급도 주지 않고, 공장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칭다오조보>가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화려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빈곤한 농촌 지역 출신 어린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또는 강제로 팔려 일찍부터 공장으로 보내진다. 2008년 쓰촨 량산현에서만 5년 동안 수천명의 어린이들이 광둥성의 공장에 아동 노동자로 팔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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