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술원 보고서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의 고향인 중국이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빼앗겼던 세계 최고 과학기술국의 ‘역사적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미국이 독주해온 세계 최고 과학기술의 아성을 중국이 ‘양적인 면’에서는 2013년까지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학술원은 출판 연구 논문들의 양을 분석한 보고서 ‘지식, 네트워크, 국가’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과학 분야를 주도해 온 미국을 이르면 2년 안에 제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공인된 국제 학술지에 실린 과학·공학 분야 논문들을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08년 미국 논문이 31만6317건으로 12년 전에 비해 소폭 증가한 데 비해, 중국 논문은 7배나 늘어난 18만400건에 이르러 양국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다. “이 통계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중국이 과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던 영국을 이미 따돌렸고, 이르면 2013년에 미국까지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의 책임 집필자인 크리스 르웰린 스미스 교수는 “중국이 1999년 이후 연구·개발 투자를 매년 20% 이상씩 늘려 연간 1000억달러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과학 연구가 성장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선 멀었다. 연구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인 인용지수를 보면 중국 과학 연구의 수준은 투자와 발표 규모에 견줘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과학 분야 논문의 인용 횟수는 여전히 미국과 영국이 1.2위를 차지한다.
중국 안에서도 정부가 사상과 학문, 인터넷 상의 정보 유통을 철저히 통제하는 풍토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짓눌러 첨단과학기술 중심의 산업 구조로 변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중국 출신의 사회학자인 노팅엄대 충차오 교수는 “중국에선 매년 수백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의무적으로 논문을 쓰도록 돼 있어 논문 수는 많지만, (질적으로) 서구의 기준을 따라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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