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 아이웨이웨이 등 체포 잇따라
보수·개혁 투쟁 치열…‘재스민 시위’ 빌미 통제 강화
보수·개혁 투쟁 치열…‘재스민 시위’ 빌미 통제 강화
3일 오전 베이징 셔우두국제공항 국제선 탑승구에서 홍콩행 비행기를 타려던 중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53)에게 출입국관리소 직원 2명이 다가왔다. 이들은 아이웨이웨이의 조수에게 “혼자 비행기를 타라”고 말한 뒤 아이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그 직후 베이징 시내 차오창디 예술구에서는 10여명의 경찰이 아이웨이웨이의 스튜디오 주변을 에워싸고 출입을 통제한 뒤 아이의 아내와 동료 등 8명을 경찰서로 데려가 심문했다. 컴퓨터와 디스크 등도 압수했다. 4일까지 아이웨이웨이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예술가이자 ‘거물급’ 반체제 인사인 아이웨이웨이의 체포는 ‘중국판 재스민시위’ 움직임 이후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 탄압의 정점으로 보인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아이칭의 아들인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냐오차오) 설계자 중 한 명이며 올림픽 문화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으나, 중국의 정치·사회 문제를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정부와 사이가 멀어졌다.
그는 다큐멘터리와 설치미술 작품, 블로그 등을 통해 공산당 일당통치와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 학교 건물의 부실공사로 숨진 어린이 5000명의 이름을 낭독하고 아이들의 학교 가방 수천개를 보여주는 설치미술 작품을 유럽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재스민시위’ 시도가 시작된 2월 중순 이후 반체제 인사와 지식인 수십명을 체포하고 인터넷 검열을 엄격히 하는 등 사회 통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3일 이런 대응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부의 권력투쟁 속에서 강경파의 득세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최고 권력을 물려받게 되는 2012년을 앞두고 당내 투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강경파들이 ‘재스민시위’ 등을 구실로 권력을 강화하고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홍콩대학 ‘중국언론 프로젝트’ 담당 연구원은 “개혁의 미래를 둘러싸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내재하던 갈등이 2008년 이후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정치와 경제개혁은 반드시 같이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강경파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우리가 흔들리면 이미 이룬 성과도 사라지고, 국가가 내부 혼란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며 서구식 정치개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주 해외 출판물에 중국의 문제들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한 작가 류셴빈에게 체제전복 선동 혐의로 10년형이 선고된 것도 과거 사례에 비춰 훨씬 중형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이전에 용인했던 비판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치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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