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개교 100돌…후진타오·시진핑 등 권력 배출
‘실용 교풍’ 개혁 주도…뒷세대는 베이징대에 밀려
‘실용 교풍’ 개혁 주도…뒷세대는 베이징대에 밀려
20일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 교정은 계엄령이 내려진 듯 삼엄한 경계에 휩싸였다. 교문이 봉쇄되고 몇걸음마다 경찰이 배치됐다. 칭화대 개교 100돌을 앞두고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모교를 방문한 것이다.
수리공정과 59학번인 후 주석은 구빙린 칭화대 총장으로부터 자신의 학적부를 선물로 받았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전닝 교수 등 교수, 학생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21일 보도했다.
오는 24일 개교 100돌을 앞둔 칭화대에 최고 지도부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치 권력의 산실’인 칭화대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권력 서열 1·2위인 후 주석과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차기 지도자 시진핑 부주석, 경제개혁을 지휘한 주룽지 전 총리 등이 모두 칭화대 동문이다. 우방궈 위원장은 지난달 모교를 방문했고, 시진핑 부주석도 최근 구빙린 총장을 만나 보고를 들었다.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나란히 ‘중국 최고학부’지만, 현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베이징대 출신은 리커창 부총리 1명뿐이다. ‘온통 칭화 왕조에 베이징대는 기근’(滿淸王朝北大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베이징대의 조용한 약진이 두드러진다. 리 부총리를 필두로 차기 5세대 지도부의 대표주자들인 리위안차오 당 조직부장,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 6세대 지도부 후보인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 자오러지 산시성 서기 등이 모두 베이징대 출신이다.
베이징대는 신문화운동과 5·4운동, 공산주의 등 중국 현대사의 이념과 사상의 발원지였다. 반면 칭화대는 ‘행동이 말보다 앞선다’는 실용적인 교풍을 강조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경제발전의 실용적 가치를 우선시하면서 칭화대 출신의 실무형 지도자들이 지난 30년을 이끌었다. 반면, 중국 사회의 문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이제는 인문학적인 ‘조정과 통합’ 능력이 중요해졌고, 베이징대의 부상은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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