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탄압 분위기속…‘인민일보’ “이질사상 포용하자”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고독한’ 정치개혁 주장을 이어갔다.
원 총리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28일 중국대사관 직원, 교민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를 개혁해야 한다”며 “한 다리는 짧고, 한 다리는 길면 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중국은 정치체제, 경제체제, 사법체제 개혁을 추진해 상부구조(정치)가 경제적 토대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원 총리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정치개혁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공안 당국이 반정부 성향의 저명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를 구금하는 등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을 받는다.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정치개혁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진행 중임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원 총리가 좌절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홍콩시티대학의 조지프 청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관영매체들이 원 총리의 말레이시아 발언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원 총리의 정치개혁 요구는 황야에서의 외로운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8일 ‘포용성을 가지고 이질적 사유를 대하자’는 글을 싣었다. 이 글은 “비판과 제안을 처리할 때 일부는 열린 마음으로 듣지 않을 뿐 아니라, 권력을 이용해 다른 목소리를 억압한다”고 비판하면서 “‘같지 않으면 적’이라는 사유방식은 속좁음과 나약함의 표현이며 조화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일부에선 현재의 반체제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