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패권 춘추전국시대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 중국, 인도, 유럽연합, 일본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중국이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로 우주개발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뒤 10년도 안 돼 달과 화성 탐사, 우주정거장 건설 등 우주개발의 전 분야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단일 국가로는 미국과 러시아(옛소련)밖에 갖지 못했던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이라는 야심만만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유인우주선개발판공실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정거장 건설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우주정거장은 핵심 모듈 1개와 2개의 실험실 모듈을 결합한 전체 60t 규모다. 핵심 모듈은 18.1m 길이에 지름 4.2m, 무게는 20~22t이고, 실험실 모듈은 길이 14.4m에 지름과 무게는 핵심 모듈과 비슷하다. <신화통신>은 “60t짜리 우주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419t)과 러시아의 미르 우주정거장(137t)에 비하면 작지만, 전세계에서 세번째의 다모듈 우주정거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올 하반기에 소형 우주정거장인 톈궁(천궁) 1호를 쏘아올린 뒤 무인우주선 선저우 8호를 발사해 도킹하고, 이후에는 유인우주선인 선저우 9호와 10호를 발사해 도킹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께 우주인 상주용 우주실험실 모듈을 발사하기 시작해 2020년께부터 미국·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별도로 중국의 우주인들이 상주하는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유리 가가린의 인류 첫 우주비행 50돌을 맞은 러시아 정부는 올해 우주개발 예산으로 소련 해체 이후 최대 규모인 79억달러를 책정하는 등 적극적이다. 러시아는 우선 국제정거장으로 우주인과 화물을 보내는 등 발사체 사업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2020년 이전에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2030년까지는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2040년까지는 화성에도 우주인을 보낼 예정이다.
유럽연합의 유럽우주국(EAS)은 발사체 아리안과 우주실험실 개발, 국제우주정거장 참여, 위성항법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 화성 탐사선 ‘마르스 익스프레스’ 발사 등을 추진해왔고, 태양계 탐사를 위한 ‘오로라 계획’에 따라 1단계로 무인우주화물선(ATV)을 개발해 이르면 2016년 첫 비행을 한 뒤 유인우주선 건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1975년 첫 자체 개발 로켓을 발사하는 등 우주 강국의 지위를 지켜왔으나 최근 중국의 급속한 우주개발에 추월당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2007년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를 발사해 달 전체의 상세 지형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10년 안에 유인우주선을 발사한다는 목표다.
인도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2008년 10월 발사에 성공한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는 2009년 8월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집해 명성을 날렸다. 인도는 2013년 찬드라얀 2호 발사, 2016년 첫 유인우주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