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대한 각국 석유 의존도
확보한 유전 개발권, 반정부군 집권땐 계약 취소 가능
알자지라 “서구의 리비아 공습, 중 영향력 차단 전략”
알자지라 “서구의 리비아 공습, 중 영향력 차단 전략”
리비아가 내전에 휩쓸리기 시작하던 지난 2월 말, 중국인 약 3만6000명이 중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와 군함, 군용기에 타고 리비아를 탈출했다. 대부분 유전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이들이다. 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이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시장을 얼마나 급속도로 장악해 왔는지를 보여준 동시에 아프리카를 무대로 거침없이 질주하던 중국의 전략이 처음으로 거대한 장애물에 부딪혔음을 드러냈다.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는 중국의 독무대처럼 보였다. 풍부한 자본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석유, 천연가스, 광산 개발권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석유, 가스, 구리 등에 대한 투자는 2015년까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은행은 추산한다. 중국-아프리카 교역은 2010년 1000억달러를 넘어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서구 연합군의 리비아 공격은 중국의 아프리카 전략을 뒤흔들고 있다. 리비아에서 중단된 사업으로 중국 기업들이 입게 된 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상무부의 야오젠 대변인은 리비아에서 사업을 벌인 중국 기업이 50곳이고 계약금액은 총 188억달러(약 21조1180억원)라면서, “리비아 사태 악화로 중국 기업들이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거나 동서 분열로 유전지대가 밀집된 리비아 동부에 친서방 반정부군이 들어서면, 중국이 카다피 정부와 맺은 주요 계약이 아예 취소될 가능성이다. 망명한 오마르 파티 빈 샤트완 리비아 전 에너지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반군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석유자원이 풍부한) 동부지역에서 석유, 가스 개발에 참여할 권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기업이 리비아의 석유·가스 개발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랍뉴스>가 전했다.
직접적 경제 손실 외에 영향력 타격은 더욱 뼈아프다. <알자지라>는 최근 ‘아프리카 스타워즈’라는 기사에서, 서구의 리비아 공습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서구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소개했다. 서구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차이나프리카’(중국+아프리카)를 구축해 아프리카 각국이 중국의 투자를 환영하고 서구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2007년 아프리카 사령부 (Africom)를 세워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지만, 카다피는 아프리카 사령부에 반대하고 미국 군함의 자국 항구 기항도 허용하지 않았다. 서구의 공습은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장악하고 중국을 쫓아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아프리카’는 올해 중국 외교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리비아에서 입은 타격,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의 정권 교체 물결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무차별적인 투자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전지대가 밀집한 남수단이 독립을 앞두고 대만과 수교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도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수단 내전 과정에서 중국이 북부의 수단 정부를 지원했다는 ‘원한’ 때문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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