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행복 함께 누리고…” 미 ‘고사성어’로 말문 트고 인권·위안화 전방위 압박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9일(현지시각) 개막된 가운데,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다이빙궈 국무위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사진 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

“행복은 함께 누리고 어려움은 함께 해결하자.”(有福同享 有難同當)

‘중국통’으로 유명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미-중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만든다”(逢山開道，遇水造橋)는 중국 문학작품의 표현을 인용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10일까지 이틀간 열린 전략경제대화는 미국이 이렇게 ‘동반자’로서 양국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인권, 위안화 문제 등을 놓고 중국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자리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중국 대표단의 왕치산 부총리와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만나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강경 조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정보 접근과 정치적 참여 등 보편적 인권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회의 개막식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도 “미국과 중국은 인권 분야에서 강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으나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은 인권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말로 피해 나갔다.

인권 문제와 별도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우리는 중국의 좀더 유연한 환율과 좀더 개방된 자본시장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위안화 환율과 자본시장 개방 문제를 제기했다. 왕치산 부총리는 이에 대해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로 변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미국인들은 중국의 무역 흑자가 모두 위안화 환율 조작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정치화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10일 중국 세관총서가 발표한 중국의 4월 수출이 155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무역흑자도 114억3000만달러나 돼, 중국 쪽을 곤혹스럽게 했다.

양국은 한반도 정세도 주요 현안으로 논의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불가역적인 조처를 취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양국의 군사 대표단이 처음 참석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중국의 군사 현대화 등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왕치산 부총리는 9일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에 출연해 “중동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시위 같은 일은 중국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인식하는 경향이 단순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e-mail]